부시맨 고향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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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부시맨'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아프리카 남부 산(San)족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거주지에서 자신들을 쫓아낸 보츠와나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BBC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츠와나의 로바체 고등법원은 "정부가 이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도록 한 것은 불법이자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법정은 2 대 1로 산족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던 칼라하리 사막에 보츠와나 정부가 사냥금지구역을 설정하고, 1990년대부터 강제 이주시키기 시작하자 2002년 소송을 냈다. 정부는 당시 이들에게 식수 공급을 중단하는 등 극단적 조치까지 사용했다.

산족 측 변호사인 고든 베넷은 판결 직후 "놀라운 승리며 다른 토착 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측은 항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족은 그동안 "정부가 다이아몬드를 캐기 위해 자신들을 거주지에서 몰아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정부는 "환경 보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다이아몬드 관련설을 부인했다. 보츠와나는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다이아몬드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산족은 그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소송을 낸 것은 물론 국제적 관심을 끌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문제를 다룬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주연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게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산족 지도자인 로이 세사나는 "조상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조만간 사막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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