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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 분쟁 북방 4개 섬 일 "전체 면적 반씩 나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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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정부가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북방 4개 섬(러시아명 쿠릴열도 남부)'을 면적으로 균등 분할하는 해결안을 제시했다.

아소 다로 외상은 13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 출석, "섬 전체를 차지하지 않더라도 4개 섬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일본의 영토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마에하라 세이지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북방 4개 섬을 2등분하는 경계선을 일본과 러시아의 국경으로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에토로후(擇捉)의 약 25%와 나머지 3개 섬을 합치면 북방영토의 절반이 된다. 면적으로 따지지 않고 2개 섬, 3개 섬, 4개 섬으로 분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 조기 타결 서두르는 일본=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을 모색하는 이유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임기 중, 즉 2008년 5월까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아소 외상은 중의원에서 "푸틴 대통령이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고, 영토 문제를 해결할 의욕이 있는 만큼 그의 재임 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특히 2004년 10월 푸틴이 하바롭스크 인근 도서를 둘러싼 국경분쟁 지역을 중국과 정확히 절반으로 분할하는 내용에 합의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학계에서는 이 방식을 북방 4개 섬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아소 외상은 아베 내각 출범 직후 "2개 섬을 기점으로 국경을 나누는 것은 일본이 반대하고, 4개 섬은 러시아가 반대한다. 중간인 3개 섬을 러시아로부터 반환해 오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일 포럼'에서도 자민당의 고노 다로(河野太郞) 중의원 의원이 3개 섬 반환론을 제기됐다.

그러나 이곳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의 반응은 냉랭하다. 아직 정부 차원에서 아무런 타협안도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 내 여론도 영토 반환에 부정적이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금이 실시한 조사 결과 "쿠릴열도 남부 4개 섬을 일본에 반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99년 47%에서 ▶2001년 54% ▶2005년 67%로 오히려 증가 추세다.

◆ "포기할 수 없는 풍부한 자원"=북방 4개 섬 분쟁은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캄차카 반도를 잇는 20개 도서 가운데 최남단의 에토로후.구나시리(國後) 2개 섬과 홋카이도 북쪽의 하보마이(齒舞).시코탄(色丹) 2개 섬을 둘러싼 양국의 영유권 분쟁이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후 이곳을 차지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이를 40년 만에 러시아에 넘겨줬다.

일본이 북방 4개 섬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곳에 대규모 가스전이 매장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이 군사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수산자원도 풍부하다. 81년 일본 정부는 내각회의에서 2월 7일을 '북방영토의 날'로 제정했으며,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도 만들었다.

학교 역사 교육은 물론이고, 92년부터는 4개 섬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을 상대로 일본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 지역에서 23차례의 러.일 상호방문이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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