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3국 경쟁력, 독일 · 영국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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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유럽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나라는 어디일까?

이런 순위 매김에서 덴마크가 1등으로 꼽혔다. 2, 3위엔 핀란드와 스웨덴이 올라 북유럽 3국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반면 이탈리아.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EU 국가 중 경쟁력이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리스본 리뷰 2006'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2000년 EU 회원국 정상들은 포르투갈 리스본에 모여 미국에 뒤처지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고 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지식 기반 경제'로 만들겠다며 구체적인 개혁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이후 WEF는 당시 만들어진 개혁목표에 따라 국가별 성과를 측정하는'리스본 스코어'를 격년으로 매겨왔다.

A+ 학점 받은 덴마크=2004년 2위였던 낙농 강국 덴마크가 노키아의 본거지 핀란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스웨덴까지 포함한 북유럽 상위 3국의 점수 차이는 근소하다.

이들은 네트워크 산업(교통.통신 등), 기술 혁신 및 연구개발(R&D), 기업환경,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발전 등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했다.

막대한 R&D 투자와 우수한 교육시스템, 산학 협력,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개발, 지적재산권보호, 환경 보존, 우수한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바탕이 됐다. 특히 WEF는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으로 공공 육아 시설을 운영하면서 여성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독일은 경제자유화와 네트워크 산업에서는 수위를 차지했지만, 기업환경(12위)에서 북유럽 3국에 점수가 크게 뒤졌다. 영국은 금융허브 런던의 명성 덕에 금융에서 1위를 차지한 반면 사회통합(9위)에서 점수가 깎였다.

독일(10위).프랑스(15위) 등 전통적인 강대국들은 사회통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사회통합이란 교육훈련 강화와 사회보장 현대화 등을 통해 양질의 노동력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체제의 능력을 말한다.

죽 쑤는 남유럽, 떠오르는 동유럽=남유럽의 강국 이탈리아는 2년 전보다 순위가 무려 10단계나 미끄러졌다. 부진한 경제에 개혁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그리스도 23위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WEF는 이들에 대해 '레드 테이프(까다로운 행정절차)'가 여전하고, ICT(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의 융합)의 도입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또 R&D투자 부진과 정실에 얽매인 정책결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동유럽 국가들은 빠른 경제발전 덕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체코(19→14위), 헝가리(20→17위), 슬로바키아(23→18위) 등은 순위가 상승했다. 에스토니아는 12위를 기록해 '유럽 개도국' 중에 가장 순위가 높았다. 에스토니아는 온라인 행정 서비스 등 IT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많은 아일랜드(11위)와 엇비슷한 성적을 냈다.

미국보다는 여전히 낮은 경쟁력='리스본 전략'이 채택된지 6년이 됐지만 EU 전체의 평균 '리스본 스코어'는 미국과 동아시아 5개국(한국.일본.홍콩.대만.싱가포르)에 비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은 동아시아보다 앞섰지만 ▶혁신 및 R&D ▶기업환경 등에서 미국과 아시아 국가에 크게 밀렸다.

다만 상위 6개국만의 평균 성적은 미국을 앞섰다.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 국가 중에는 크로아티아와 터키의 성적이 좋았다. 이들은 EU 회원국 중 최하위인 폴란드보다 점수가 높았다.

윤창희 기자

리스본 전략(Lisbon Strategy)=2000년 EU 정상들이 리스본에 모여 2010년까지 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고 역동적인 지식 경제체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세운 계획. 비효율적인 유럽식 사회모델의 개혁을 통해 경쟁력.고용.사회통합이라는 '3대 황금축'의 달성을 표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국 정상은 GDP 3% 수준의 R&D투자, 하이테크산업 육성, 규제완화, 사회보장 시스템 현대화, 개방적이고 경쟁력있는 시장 창출 등의 실행계획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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