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특수 노리는 국내업계의 동향(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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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통신·변전설비 단독수주 타진/종합상사들 비상대책반 풀가동/건설 재하청… 생필품 수요에 기대
『서방 선진기업들을 잡아라.』
걸프 종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업체들이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기업들과의 접촉이 활발하다.
전후복구사업과 관련된 각종 특수가 이들 기업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기업은 이와 관련,최근 미국등지의 지사활동을 대폭 강화시키고 수주관련 정보를 얻거나 재하청을 받기위해 현지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상담에 나서고 있다.
업계는 현 단계에서 전쟁이 끝날 경우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시설과 생산공장 설비 등을 복구하기 위한 광범한 특수가 형성되고 ▲유전시설은 큰 손상이 없어 중동국가들의 투자여력도 충분할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가장 피해가 커 2천억달러의 복구수요가 발생한데다 3천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해외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쿠웨이트가 최대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업계는 그러나 미국등 다국적군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서방국가들이 이같은 특수를 독식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 이틈을 얼마나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지에 고민하고 있다.
복구사업 집행의 칼자루를 쥘 쿠웨이트 망명정부는 아예 복구대책사무소를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근처에 마련해 놓고 있고 이밖의 주요 망명정부 기관도 런던·파리 등에 흩어져 있어 우리 기업들은 이들 기관과의 접촉도 쉽지않다.
쿠웨이트 임시정부가 지난 20일 실시한 1백17건의 단기복구사업과 관련된 국제입찰에서 70%가 미국 업체에 돌아가기도 했다.
영국·프랑스도 다국적군 참여에 따른 대접을 받기위해 정부차원에서 노력중이다.
국내종합상사와 건설업계는 이에 따라 선진기업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럭키금성상사는 대소 합작프로젝트와 관련,유대를 맺고 있는 미국 벡텔사가 쿠웨이트의 재건사업에 깊이 간여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공동참여나 재하청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주)대우도 미국의 최대건설기계 메이커인 캐터필러사,종합건설업체인 파슨스사 등과 공동 복구사업 참여를 위한 접촉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내달초 미·영·프랑스 등지에 사절단을 보내 쿠웨이트 임시정부 기관 및 현지 기업들과 본격적인 상담을 벌이기로 했다.
건설업계는 하수처리·발전설비·항만시설 등은 선진메이저들이 시공권을 따낸다고 해도 공사의 성격상 상당부분의 재하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활발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특히 통신케이블·변전설비 등 소규모 플랜트는 단독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의류·식품·가전제품 등 생필품류의 경우 전쟁이 끝나는대로 즉시 수요가 형성될 전망이어서 중동 현지 바이어들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특수에 참여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
각 종합상사들은 이와 관련,▲전쟁비상대책반을 전후 복구대책반으로 전환시키고 ▲중동지역 지사망도 종전과 함께 재가동시킬 계획이다.
전자·타이어 등 걸프전으로 상당한 피해를 보았던 업체들도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금명간 중동지역에 사절단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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