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 센서스로 본 소비실태(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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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가구 94%가 가스 사용/고급에너지 비중 커졌다/연비 향상돼도 주행거리는 떨어져/산업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 안돼
제조기술의 향상으로 연비(연료 1ℓ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나아지고 있지만 도로의 체증이 심해지면서 자동차의 실제 연료ℓ당 주행거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또 석유·가스·전력 등 고급에너지를 쓰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거의 모든가구(94.7%)가 부엌일에 가스를 쓰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3년마다 실시하는 에너지센서스의 조사분석결과 드러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86년조사에 이어 지난 한해 전국 3만1천여 업체 및 가구들을 대상으로 89년도 국내 에너지소비 실태를 조사했었다.
이번 조사결과 86∼89년기간중 전체 에너지소비는 30.4%(89년기준 석유환산 총 6천2백29만t)가 늘어 83∼86년중 증가율 12.4%를 크게 앞섰다.
이와 함께 에너지소비구조도 많이 바뀌어 전체에너지사용중 고급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83년 54.9%,86년 58.4%에서 89년에는 66.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도별로 에너지소비가 특히 많이 늘어난 곳은 수송부문으로 전체에너지중 차지하는 비중이 19.2%(86년 15%)로 커졌다.
자가용승용차가 많이 늘어난 탓이다.
자가용승용차의 평균 탑승인원은 1.59명으로 출·퇴근용에 주로(37%) 쓰고 있다. 자가용승용차가 소비하고 있는 기름은 비행기·선박·철도·택시 등 우리나라 전체 수송에너지의 43%나 차지하고 있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교통체증현상도 큰 요인으로 차량 자체의 연비는 86년 10.5㎞(1천5백cc급 이하 평균)에서 89년 11㎞로 개선됐으나 실제 연료ℓ당 달리는 거리는 같은 기간 9.89㎞에서 9.36㎞(택시기준)로 80년대 들어 계속 떨어졌다.
가정에서의 에너지소비는 86∼89년중 큰 변화를 보여 석유를 난방연료로 쓰는 가구가 86년 4.8%에서 89년 21.8%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월소득 1백만원 이상 가구들의 경우 주종연료로 이미 연탄(사용비중 31.3%) 보다는 석유(43.5%),가스(14.6%)를 많이 쓰고있는 반면 월소득 50만원 미만의 저소득가구들은 여전히 연탄(62.6%)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소비형태가 소득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제조업의 에너지원 단위(1원어치 생산에 드는 에너지량 ㎉)는 1.82로 86년(1.86) 보다 2.2%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83∼86년기간중 원단위가 18.8% 개선(2.29→1.86) 됐던데 비하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전체에너지의 47.4%를 쓰는 산업부문의 에너지 이용효율이 이처럼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철강·시멘트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업종의 호황·시설확대가 계속된데다 국제저유가로 기업들의 에너지비용 절감투자가 몇년간 부진했던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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