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대학가는길] 잠깐! 학과 선택하기 전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23면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수험생들에게 있어서 대학 진학은 직업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대학의 전공 학과는 졸업 후 진로와 긴밀히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학의 학과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졸업 후 진로에 대한 탐색이 필수적이다. 최근의 청년 실업사태를 볼 때 특히 미래의 취업전망에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교 생활로 4년은 걸리기 때문에 최소 5년 후 미래 취업 전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관련 분야 현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향후 5년간 일자리 수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분명히 드러난다.

먼저 경제 수준의 향상에 따라 다양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나타나고 이와 관련된 보건의료 분야의 직업들에서 일자리 증가가 예상된다. 이 분야의 직업으로는 의사.한의사.치과의사.작업치료사.응급구조사.물리치료사.치과위생사.방사선사 등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경제 문제가 보다 복잡하고 전문화됨에 따라 경영회계 분야 전문직의 일자리 증가가 예상된다. 현직자들이 증가할 것으로 본 이 분야 직업들은 회계사.세무사.보험계리인.경영컨설턴트.손해사정인.투자분석사 등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정보기술 분야의 직업들 역시 발전할 것이다. 일자리가 늘어날 정보기술 분야 직업으로는 정보보호전문가, 정보기술 컨설턴트, 전자상거래전문가 등이 있다. 또한 영화.방송.문화재 등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문화산업과 관련된 직업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야 직업은 연기자, 학예사(큐레이터), 방송연출가, 영화감독, 문화재 보존원 등이 있다.

주5일제 근무와 근로시간의 단축 경향에 따라 여가 시간이 늘고 있는 것도 직업 전망에 영향을 미친다. 오락.여행 등 여가 생활과 관련된 직업의 일자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카지노 딜러.행사기획자.프로게이머.비행기 승무원.항공기 조종사.항공교통관제사 등이 포함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려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어, 복지 및 상담 분야 직업들도 일자리 증가가 주목되는 직업들이다. 이 분야에서는 상담전문가, 사회복지사, 특수교사 등의 직업이 발전할 것이다. 이 밖에도 교도관.경찰관.소방관.경호원 등의 보안관련 직업, 그리고 변리사.통역가.작가.플로리스트.변호사.판사 및 검사 등의 다양한 전문직의 일자리 증가가 예상된다.

이상의 직업들이 향후 5년간 취업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관련 현직자들이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증가나 높은 보수 외에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하는 직업의 또 다른 측면들이 있다.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직업이거나 평생 직업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직업이라면 직업을 선택할 때 다시 한번 고민을 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취업과 직업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진로를 선택할 때 좋은 직업인가 그렇지 않은 직업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적어도 일곱 가지 측면에서 직업을 판단한다고 한다.

흔히 좋은 직업의 판단 기준이 되는 연봉 등 보상 수준이나 일자리 규모 이외에 고용안정, 발전가능성, 근무여건, 직업전문성, 고용평등 등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곱 가지 가운데 발전가능성 부문을 상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발전가능성이란 그 직업을 택했을 때 자기개발 가능성, 승진 가능성, 직장이동 가능성 등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고용안정, 보상, 직업전문성, 고용전망, 근무여건, 고용평등 등의 순으로 중요하다.

대학의 학과 선택을 할 때 관련된 직업들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일자리 증가가 특별히 예상되는 직업들은 보건의료, 경영회계, 정보기술, 문화산업 등 사회적 변화 방향을 선도하는 직업들이다. 그러나 미래의 직업을 선택할 때 일자리 증가나 임금 이외에 발전가능성과 근무여건과 같은 직업의 다양한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