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입 修能 횟수 늘려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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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올해도 수능성적 부진을 비관한 수험생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시험을 잘 못치른 고3 여고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행위는 당사자와 가족 차원의 불행으로만 여기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수능시험이 생을 포기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 또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등 수능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수능자살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수능제도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시행 10년이 된 수능은 대입의 중요한 전형자료로 자리잡은 게 사실이다. 모든 대학과 전문대학이 입시에서 가장 비중있게 반영하고, 기업도 신입사원을 선발하며 수능점수를 확인할 정도로 신뢰성이 높다. 하지만 점차 시험문항이 정형화하면서 학교교육을 암기 위주와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으로 황폐화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수험생의 대학수학능력을 측정해 대학교육을 받을 만한 적격자를 선발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수능의 공과를 따져 미비한 점을 보완.개선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다. 가장 시급한 일은 수능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지금처럼 단 한번 시험보고 대학을 선택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다. 시험 당일 수험생의 건강이 안 좋을 수도, 집안에 갑작스레 불상사가 생길 수도, 여학생은 생리적인 현상이 겹칠 수도 있지 않은가. 미국의 경우 대학입학 적성시험을 일년에 7회 실시한다.

올해 들어 수능을 관장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전국 규모의 모의고사를 두 차례 마련한 바 있다. 모의시험의 난이도나 이번 수능의 난이도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교수와 고교 교사들이 한달 이상 합숙하며 출제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또 그간 비축된 2천여개의 문항을 문제은행으로 활용하면 시험을 더 치른다 해도 부작용은 없을 것이다. 수능을 연간 2~3회 실시해 수험생들에게 한결 여유를 주고 좋은 점수를 활용하도록 기회와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내년에는 부디 수능 때문에 고귀한 생명을 저버리는 수험생이 없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