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자사 은행·증권업 변신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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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만간 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게될 한국투금의 2백여 임직원들은 요즘 업무가 끝나자마자 모두 강당으로 달려가 여신·신탁업무등 은행업무 전반에 관해 교육을 받기 바쁘다.
또 증권사로 전환할 서울투금(상은계열)도 업무가 시작되기 전 매일2시간씩 증권업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로 진출키 위해 재무부에 내인가신청을 해놓고 있는 서울소재 9개 단자사들은 변신을 앞두고 이처럼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단자사들은 대부분 ▲2월중에 임시주총을 열어 정관 변경절차를 끝낸 뒤 ▲3월에 내인가신청을 받고 ▲4∼5월에 걸쳐 증자를 실시하며 ▲6월에 본인가를 받아내 7∼9월에 문을 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은 영업초기에는 기존증권사나 은행을 쉽게 뒤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업무개발에 주력, 그 동안 상대적으로 덜 개방된 채권·M&A(매수·합병)·인수업무 등에 발벗고 나설 계획들이다.
기존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방식을 달리해야만 한다는 인식아래 지금껏 신속한 판단을 바탕으로 짭짤한 돈벌이를 해온 경험을 살려 나가겠다는 영업 전략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신에는 어려움도 적지 않아 이들 회사들의 현재 큰 고민은 대출해준 돈을 회수하는 일. 은행으로 전환하는 한국·한양·금성투금 등은 기존의 고객을 그대로 끌고 갈 수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지금과는 생판 다른 증권업무를 취급해야하는 한일·동부투금 등은 가능한 한 빨리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증권으로 가는 5개 단자사의 순대출금규모는 모두 4조원선으로 이중 20% 가량을 중소기업에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빌러준 돈은 비교적 돌려 받기가 쉽지만 자금사정이 나쁜 중소기업의 경우 회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큰일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은행으로 전환하는 단자사의 경우 현재의 도매금융중심에서 소매금융으로 나가야하기 때문에 점포숫자에 영업의 사활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자사의 한관계자는 『점포를 한개라도 더 받아내야만 영업확장을 기할 수 있다』며 『동화은행이 설립 첫해 20개의 점포를 낸 만큼 우리에게도 최소한 10개 점포는 내주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전환하는 단자사들은 대부분 지점수를 10개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가운데 얼마만큼 인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또 증자(증자)가 단자사 희망대로 순조롭게 이뤄질 것인지도 전업사의 큰 관심거리.
이들 단자사들은 각각 2백억∼3백억원의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어서 증시의 장기침체로 주식물량급을 억제해온 당국이 이를 허용해 줄지 의문이다. 기존증권사들도 물량공급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단자사들의 대규모 증자를 반대하고 있다.
단자사들은 직원스카우트 문제는 내인가를 받고 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인데 기존 은행이나 증권사의 과장이나 대리 등 50∼1백여명의 실무자급을 빼내올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단자사로 그대로 남는 중앙·동양 등 8개 투금사들도 조만간 직원들을 일본·미국 등에 보내 선진국의 단기금융시장을 연구하는 등 새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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