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선진국과 격차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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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걸프전쟁이 기술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있다.
기술개발 문제는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어서 우리경제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2∼3년전부터는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각종 연구·조사작업 때마다 기술력 배양이 핵심과제로 부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술수준은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그 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도 힘든 상황이다.
이번 전쟁은 각종 최첨단 무기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전자전쟁」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기술수준이 경제력 뿐 아니라 군사력까지 좌우하게 됐음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일단 이번 전쟁에서 군사기술에 관한한 자존심을 어느정도 되살린 것으로 보인다.
음속으로 날아드는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을 정확하게 맞혀 공중 분해시키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미국의 레이시언사가 만든 것이다.
미국 최대의 군수업체인 맥도널 더글러스사와 제너럴 다이내믹스사는 토마호크라는 미사일을 선보였다.
이 미사일은 곡예비행을 하면서 핀으로 찍듯 정확하게 목표물을 맞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첨단무기들의 핵심부품 중 상당수가 일본의 전자업체들로부터 조달된 것이고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과 기업인들은 이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있다.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 『미국의 과학기술이 과연 세계 제일인가』라는 원초적인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군사력에 독보적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군사기술의 상업화엔 실패해 특히 전자산업의 경우 일본에 우위를 빼앗김으로써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에서 오는 고민이다.
반도체칩의 경우 미국만 보더라도 방위산업 관련수요는 연간 12억달러 정도이나 민수용은 1백45억달러에 이르고있다.
그러나 이 반도체칩은 지난 80년만 해도 미국이 전세계수요의 60%를 공급해왔으나 88년에는 35%수준까지 떨어졌고 일본이 오히려 전세계의 50%를 차지, 이미 역전시킨 상태다.
정보·통신분야를 포함한 세계 전자시장 전체적으로도 미국시장의 비중은 85년 50%에서 이제는 40%로 줄어든 반면 일본은 14%에서 20%로 늘어났다.
첨단기술을 통한 일본의 우위는 비단 무기산업뿐 아니라 기계·자동차 분야 등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 시장개척에 사용했던 자동변속기(오토매틱 시스팀)도 결국은 소형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었고 「무인공장」으로 불리는 새로운 공장 자동화 시스팀도 결국 기계에 첨단 전자부문을 접합시킴으로써 달성될 수 있었다.
미국은 이 때문에 최근들어 첨단기술 개발노력을 강화, 정부·기업이 망라된 국가차원에서의 대응전략을 추진하고있다.
미국은 첨단전자분야에서의 기술만회를 위해 1년여전인 89년부터 93년까지 5년간 15억달러를 투입하는「세마테크」계획에 나섰고 EC국가들 역시 정보기술 개발계획(ESPRIT), 첨단산업개발계획(EUREKA)등 각국이 망라된 연합전선을 펴고있다.
우리나라도 연구개발투자를 꾸준히 늘려오고 있으나 전자업계의 경우 아직 매출액 대비평균 4.9%수준(90년)으로 일본의 절반정도에 그치고 있고 개발비용 규모로는 10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상공부가 파악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나라 기술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설계기술은 50%, 조립 생산기술은 80%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에따라 차세대 첨단제품의 경우 5∼7년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고 기존제품도 3년정도의 격차가 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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