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비행기, 차 안으로 들어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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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BMW도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전투기 엔진을 만들던 회사다. 그래서 엔진만큼은 세계 최고를 고집한다. BMW의 모터사이클에는 항공기 엔진에서 힌트를 얻은 수평대항 엔진을 많이 단다. 뉴 5시리즈에 달린 '헤드업 디스플레이 모니터'도 항공 기술에서 따온 것. 내비게이션 방향 안내와 차량 속도 등의 정보를 앞 유리창에 반사시켜 운전자가 전방 교통상황을 주시하면서 알 수 있게 했다.

영국의 명차인 재규어에도 항공기 기술이 엿보인다. 이 회사는 2차 대전 때 영국군의 주력 전투기인 '스핏파이어'의 부품을 만들었다. 지난달 국내에 선보인 재규어의 신형 스포츠카 뉴XK에는 항공기 디자인이 활용됐다고 한다. 애스턴 마틴에서 실력을 발휘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안 칼럼이 디자인했다. 이 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스핏파이어 전투기를 정면으로 보았을 때 모습과 흡사하다. 이 전투기는 조종석이 넓어 비상시 탈출에 용이하고, 날개가 커서 적의 뒤를 빠르게 따라잡기 쉬웠다고 한다. 이 차를 생산하는 영국 캐슬 브롬위치 공장은 실제로 스핏파이어를 생산했던 곳이다. 또 윈도 도어의 디자인은 날개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과 닮았다. 일본의 스바루는 '가미카제(神風)'로 유명한 제로센(零戰) 전투기 엔진을 만들던 회사다. 지금도 이 회사는 비행기 엔진과 비슷한 수평대항 터보 엔진을 승용차에 쓴다. 레가시 세단에 달린 2.0ℓ터보 엔진은 동급 엔진보다 배 이상 출력이 높은 280마력을 낸다.

자동차 운전석이 항공기 조종석(콕핏)과 닮은 차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포드는 항공기 엔진 출력을 조절하는 '스로틀 레버'와 닮은 장치를 운전석에 채택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마치 항공기 조종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 든다. 64년 출시 이래'아메리칸 아이콘'으로 불리는 포드 머스탱의 자동변속기는 항공기의 스로틀 레버와 비슷하다. 머스탱 이란 이름은 미국 대평원에서 사는 야생마에서 따온 것이지만 2차대전 때 명성을 날린 미군 전투기 '머스탱'과도 이름이 같다. 내년 상반기 한국에 출시될 포드의 소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차량(CUV)인 S맥스의 파킹 브레이크 역시 항공기 스로틀 손잡이와 비슷하다. 크라이슬러의 2인승 스포츠쿠페인 크로스파이어의 운전석과 계기판도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다. 또 시속 90㎞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트렁크 위에 달린 날개가 펴져 고속주행 때 안정감을 주는 장치도 항공기 제작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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