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30대 부부는 갈등과 배신의 '불륜천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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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속 드라마에는 가족이 없다. 갈등과 배신, 불륜으로 얼룩진 상처입은 가족이 있을뿐이다. 이혼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이지만, 해체된 가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들이 소재빈곤에 시달리며 자극적인 소재, 비현실적 설정만을 부각시키고 있어 시청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 아침드라마와 금요드라마는 불륜천하?

아침시간대와 금요일 밤 시간대가 불륜드라마의 천국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불륜으로 해체된 가정의 연령대가 30대 젊은 부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황의 심각성은 더 쉽게 알 수 있다.

여성 특히 주부시청자들의 주요 시청시간이라는 점이 불륜드라마의 지속을 가지고 왔다. 소위 말하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시청률 20%에 육박하며 직장인들의 '지각시계'로 군림하고 있는 MBC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는 이혼녀의 자아찾기라는 큰 줄기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최근 억지 설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주인공 순애가 남편의 불륜과 배신으로 순애가 이혼하게 된 과정까지 그간 아침드라마의 전철을 밟았고, 최근 주인공들간의 행동과 캐릭터 설정이 방향성을 잃으며 흔들리고 있다. 신선한 기획력을 살리는 속 꽉찬 구성이 아쉬움을 더한다.

KBS2TV '사랑과 전쟁'은 이혼의 위기에 처한 가정을 통해 결혼과 가정의 소중함을 알려주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소재 고갈로 비현실적 설정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는 요지부동.

SBS금요드라마 역시 지난해 '사랑공감'과 '그여자'로 계속된 불륜드라마를 만들어왔고 최근 방송된 '내 사랑 못난이'와 '마이 러브'는 싱금맘의 삶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장미빛 인생'으로 컴백에 성공한 최진실은 또 다시 드라마에서 남편의 불륜으로 배신당한 불행한 삶을 연기할 예정이다.

# 그래도 가족은 있다

요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사랑과 전쟁'이 떠오른다는 시청자들의 넋두리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첫사랑의 상대를 만나 흔들리거나, 불륜으로 가장이 깨지는 일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드라마처럼 세상이 각박하지만은 않다.

지난해 방송된 김수현 작가의 '부모님 전상서'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은 대가족 속에서 가족의 진한 향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날로그적 정서에 목마른 현대인들에게 보다 풍부한 이야기, 풍성한 감성으로 채워진 드라마가 필요하다.

30대 부부들의 불륜과 배신, 상처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보다는 건강한 가정과 20~30대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 자아찾기에 대한 의미있는 관찰이 있으면 드라마가 조금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양한 소재, 폭넓은 이야기, 현실의 다양한 풍경을 그려내고자 하는 제작진의 보다 창의적인 고민이 요구된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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