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대명문 - 브롱스과학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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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수단 일행의 첫 방문지인 뉴욕 근교 브롱스과학고(The Bronx High School of Science)는 학생을 배정하는 일반고교와는 달리 공립인데도 시험을 치러 학생을 뽑는 뉴욕시내 3개 고교중의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과학고처럼 수학과 과학에 치중하지만 졸업생의 35%정도는 인문·사회 과학계통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특이했다.
1938년 개교한 이 학교의 건물은 평범했지만 현관 입구부터 갈릴레이 등 위대한 과학자의 모자이크가 벽면을 장식하고 각종 상패가 즐비하게 걸려있는 것이 화려한 전통을 말해주는 듯 했다.
연수단을 맞은 빈선트 글라소 교장 선생님은 『이 학교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와인버그, 쿠퍼 등 4명이나 된다』고 자랑, 우리 일행을 놀라게 했다.
글라소 교장 선생님은 이밖에도 해럴드 브라운 전국방부장관, 저명 언론인 윌리엄 새파이어, 컬럼비아 대학 미첼 소베른 총장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법률가·정치가·사업가들이 브릉스 과학고 출신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3부터 고3까지인 8∼12학년까지 4개학년에 교사 1백50명·학생 2천8백여명이 재학하고 있는 이 학교는 보통 1천명 내외의 재학생을 가진 다른 학교에 비해 월등히 큰 규모이며 학급당 학생수도 기본과정 33명, 선택과정 20∼25명, 특별과정 15∼20명 정도라고 한다.
브롱스 과학고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강의 방식이었다.
우리나라 고교처럼 학급과 교실이 고정돼 담당과목 선생님이 교실을 찾아와 수업을 하는것이 아니라 대학처럼 학생들이 선생님과 강좌를 선택, 교실을 옮겨다니며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수학과 과학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지만 사회·제 2외국어·음악·미술·체육 등에 다양한 선택과목을 두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날은 마침 중간고사를 보고 있어 수업을 참관하거나 학생들과 접촉할 기회를 갖지 못해 무척 아쉬웠다.
그러나 특별 실험실과 전산실에서 로봇 작동과 컴퓨터 도형 디자인 시범을 둘러보면서 실험실 규모와 기자재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특히 도서관은 고등학교 시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넓고 많은 장서가 잘 정돈돼 있어 공부할 의욕을 저절로 우러나게 할 것 같았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한한국 여학생은 한살때 이민을 왔다는데도 우리말을 썩 잘해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 학교 재학생중 동양계 학생이 30%쯤 되는데 한국계 학생도 2백여명이나 된다고 하며,지난해엔 한국계 학생 유수진양이 전국과학 경시대회에서 입상한 뒤 하버드대에 진학해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과학고와는 달리 브롱스과학고에는 기숙사시설이 없어 많은 학생들이 장거리 통학을 한다고 했다.
글라소 교장 선생님은 『브롱스 졸업장만 가지면 어느 대학이나 진학할수 있어 거의·1백%가 대학에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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