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참상·본질 알리기에 "소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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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연일 계속되는 걸프전쟁 TV보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이같은 주제로 지난달 30일 서울 YMCA가 주최해 각계 전문가가 참가한 「시청자 논단」토론회가 열려 비판적 TV수용과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걸프전쟁 TV 모니터 보고를 한 YMCA 「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 모임」은 『전황보도가 참혹함과 비인간적인 파괴를 알리는 것보다 전투장면·신무기 소개등에 치우쳐 마치 흥미를 유발하는 선정적 보도처럼 되었다』고 우려했다.
「시청자모임」은 『신무기의 파괴력과 살상위력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그에 따른 인명피해나 시설파괴의 위험은 간과하는 등 전황을 전자오락게임이나 SF영화의 내용처럼 묘사해 교육적으로 크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CNN뉴스 등을 그대로 여과없이 중계하면서 평면적·나열식 보도로 일관했으며 CNN보도도 똑같은 화면과 리포트가 반복됐고 국내 자체보도도 거의 그대로 이를 반복, 정보 전달보다 시청자의 불안감 가중에만 쏠렸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청자 모임은 「걸프전쟁 TV뉴스에 대한 어린이들의 접촉실태 조사」에서 설문에 답한 1백89명의 국교생 어린이 중 대부분이 전투기·탱크 등 전쟁무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어린이들은 걸프전쟁 TV뉴스를 거의 매일 시청하면서 전쟁소식이 궁금해서(39%) 보기보다 재미있어서(46%) 본다고 답해 TV시청의 지도가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이효성 교수(성대·언론학)는 『TV보도가 우리는 물론 세계적으로 미국적 시각에 의존해 있다는 점을 감안, 방송보도가 가지는 구조적 문제를 알고 시청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문룡린교수(서울대·교육학)는 『전황보도가 사실 전달에 치우쳐 전쟁을 우리의 시각에서 해석하고 대처하고자 하는데 미흡했다』면서 『어린이들까지도 크나큰 관심을 보여 처음으로 TV이벤트가 된 전쟁뉴스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기 위해 분석과 토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만흠교수(서울대 정치학강사)는 『장기화로 치닫는 전쟁보도는 처음의 흥분된 분위기에서 벗어난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사실 보도는 빠지지 않고 모두 전달되고 있으므로 전쟁의 성격, 전세분석, 세계적인 전쟁의 대처, 국내상황과 연결된 분석등에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대해 MBC 곽성문 차장(보도국국제부)은 『처음엔 급박한 전황전달의 시간 때우는데 급급했고 이라크측의 정보는 전무한 상태에서 CNN등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국내의 전문가도 부족해 뉴스분석이 미흡했다는 한계는 방송제작자들이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는 전황브리핑·전투장면을 보도하면서 뉴스분석을 조화시켜나가는데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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