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깨뜨린 또 다른 특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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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30일 서울시가 발표한 수서지구 토지이용계획 조정내용은 문제점 보완을 구실로 한 「제2의 특혜」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공영개발원칙을 깬 근본문제는 아예 덮어둔 채 건축에 있어 「절대금기」시 돼 온 군사목적상의 고도제한을 풀어 택지특별공급으로 인해 부족하게 된 일반 분양 가구수를 채우면서 26개 연합주택조합과 시공자인 한보주택 측에도 큰 혜택을 주고있다는 것이다.
고도제한 완화에 따른 단지고층화로 일반 분양분은 2천8백50가구에서 3천7백26가구로 늘게 됐으나 특별공급 이전의 당초 건립계획(4천3백30가구)보다는 6백4가구가 여전히 모자라 일반분양 희망자들의 불만이 완전히 가셔지지는 않게 됐다.
반면 조합측은 1건4백80가구 건립이 가능했던 부지에 배가 넘는 3천1백69가구를 고밀도로 지을 수 있게 됐으며 한보는 실사를 통해 무자격 조합원들로부터 빼앗을 물량을 고스란히 일반에 분양, 큰 이익을 챙길 수 있게됐다.
문제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서울시가 이를 무마키 위해 또다시 「원칙」을 깨가며 「파행행정」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인근군부대의 군사시설보호를 위해 군 당국과 3, 5층 이하로 고도를 제한키로 협의해 개발계획을 세웠던 시는 지난주 군 당국에 협조를 요청, 10층까지 고층건축을 할 수 있도록 양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변칙은 또 다른 선례를 남겨 고도제한에 묶여 고층개발을 못하고있는 재개발지역 등 다른 주민들의 반발과 그에 따른 후유증을 남기게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단지 고층화와 함께 뒤늦게 보완책으로 발표한 무자격조합원 색출방침도 처음부터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가 스스로 『절반이상은 무자격자』라고 말할 만큼 20개 조합 3천3백여 조합원 중 상당수가 주택소유자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자격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특별공급결정 또는 최소한 고층화 추진 이전에 자격여부를 가려 유자격자 수에 맞는 공급부지면적이나 층수를 결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건설업자와 주택조합간에 토지거래방식으로 이용돼온 「소송에 의한 화해의 방법」을 막기 위해 지난해 초 국토이용계획관리법의 일부조항을 개정했고 택지지정 이후 지구 내 토지소유주들이 지역주택조합결성을 못하도록 관련 법규를 바꿔 앞으로 제2의 수서사태는 발생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주택건립이 불가능한 자연녹지 등의 땅을 매입한 주택조합에 대해선 인가를 내주지 않기로 지난 해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미 수서의 26개 연합주택조합이 이를 어긴 상태고 특별공급 결정 이후 계속 번지고 있는 집단민원과 항의시위·행정소송 등 걷잡을 수 없는 일반인들의 반발에 대해선 뾰족한 대책이 없어 후유증은 계속 남을 것 같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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