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지상전 유인 안간힘/“기다려왔던 지상공세 개시”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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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국군 떨어진 사기 만회 노려/미선 “아직은 때가 아니다” 냉담
이라크 지상군이 30일 사우디·쿠웨이트 접경지역을 넘어 다국적군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선제 기습공격을 감행하고 터키접경지역에서 위기가 고조되는등 걸프전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라크군과 다국적군은 지난 며칠동안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접경지역에서 상대방의 방위태세 및 전력을 탐색하기 위한 소규모 지상전을 잇따라 벌여왔었다.
이라크군이 이번 기습공격에 동원한 전투부대 규모는 이라크의 주장에 따르면 2개 대대병력과 80대의 탱크 및 장갑차들로서 이는 본격적인 「지상전 개시」라고 보기에는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방군사소식통들은 그간 걸프전의 제2단계인 지상전의 전개는 우선 우세한 화력 및 장비·병력을 갖춘 다국적군측의 대대적인 「쿠웨이트 진공」을 신호탄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이라크군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라크군의 기습공격에 따라 앞으로 본격적인 지상전이 전개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라크측은 전격공격 감행직후 발표된 군코뮈니케를 통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지상공세가 개시됐다』며 걸프전이 이제 지상전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이 말린 피츠워터 대변인은 『이라크군의 어젯밤 공격이 지상전의 개시를 뜻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아직 지상전을 치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즉,이라크로서는 이번 공격으로 다국적군의 대대적인 반격을 유도함으로써 본격적인 지상전에 돌입할 것을 고대하는 눈치인 반면 다국적군측은 이라크의 그같은 「유인작전」에 말려들고 싶지는 않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라크의 지상전전개 동기에 대해 일부 미국의 군사소식통들은 이라크가 이번 기습공격으로 이라크군 및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려고 시도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미 상원군사위 위원장인 샘넌 상원의원은 『이라크의 이번 공격이 극도로 저하되어있을 이라크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며 한 미 국방부소식통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자신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할 입장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아직까지 지상군을 전투에 투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의 전략과 관련,또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이라크 미사일발사대의 터키접경지역 이동과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 게릴라들의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 안전지대에 대한 로킷포 공격이라는 새로운 전황이다.
이에 대해 실제로 후세인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터키의 침공이며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있다.
즉 이라크측은 만일 산악전에 강한 터키군이 이라크정부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은 북동부 산악지역 쿠르드족의 도움을 얻어 남침을 감행할 경우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접경지역의 지상군 일부를 북부전선으로 빼돌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이라크는 어떻게해서든 이스라엘과 개전하는 것은 여러모로 자신에 유리하다고 판단,PLO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충동질하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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