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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범벅된 걸프해 오염심각(걸프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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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류사상 최악의 「환경테러」/쿠웨이트해안은 온통 「흑사장」/“후세인 지구생태계와 전면전”
기름을 뒤집어 쓴 바다새들이 몸부림치며 떼죽음을 당하고 광활한 기름파도가 해양담수시설을 덮치고 있다. 이라크에 의한 걸프만 원유누출사건은 인류사상 최악의 환경파괴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쿠웨이트 국경초소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해안에 걸쳐 1백36㎞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긴띠를 이루고 있는 기름띠는 「백사장」을 「흑사장」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정상적인 대류기능이 차단된 오염해수위에는 잿빛 안개가 태양을 가리고 있어 죽음의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고 있다. 바다새의 일종인 가마우지는 온몸이 기름투성이인채 바위위에 널려있고 기름에 파묻힌 나머지 종류를 알아보기 어려운 바다새들이 기름벌 속에서 석상으로 화했다.
마이클 헤슬타인 영국 환경장관은 26일 『이라크가 총 5백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하고 있는 5개 대형컨테이너에서 기름을 방출시키고 있으며 4백만배럴이 넘는 해안저장탱크로부터 또다른 유출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총유출량은 사상최대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기상 및 환경보호연구원의 압둘바 알 게인소장은 『사담 후세인이 지구생태계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비난하면서 『막대한 기름유출이 가져올 대재앙의 규모는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농업용수를 제외하곤 모든 식수를 바닷물을 담수화시켜 얻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가 「걸프만 해양생태계보호를 위한 지역의정서」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비난하고 『책임있는 행동규범을 벗어난 죄와 아랍민족의 윤리를 저버린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하루 5억배럴의 식수를 생산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일찍부터 대책마련에 나서 카프지와 사파니야에 있는 탈염시설에 대규모 방제시설을 갖추고 대량의 분해제를 확보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특히 이라크가 바다위에 떠 있는 기름에 불을 붙여 화공을 해올 경우에 대비,미국과의 공동대응도 마련하고 있다.
딕 체니 미 국방장관은 27일 NBC­TV에 출연,대규모 원유방출을 막기위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취했가다 밝혔다.
여기에는 원유를 방출하고 있는 쿠웨이트정유시설의 송유관을 파괴하는 것과 점진적인 방제작업을 실시하는 계획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걸프전쟁에 다소 미온적이었던 독일도 한스 디트리히 겐셔 외무장관을 통해 거대한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에 독일이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하는 등 세계각국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당시 「노우루즈기름 방출사건」의 경험을 갖고 있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저지른 「환경을 담보로한 기름대공습」으로 전세계가 또다른 석유파동을 겪고 있는 셈이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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