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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기술 전쟁-평화 목적에 두루 활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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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3의 빛」으로 일컬어지는 레이저가 전쟁과 평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두루 활용되고 있다.
레이저는 얼핏 「살인무기」로 인식되기도 하나 실은 우리 생활 속에서 평화적 이용도가 매우 높다.
레이저는 걸프전쟁에 동원된 탱크와 함정·항공기에 설치되거나 실려 표적까지의 거리를 측정, 사격의 정확도를 크게 높이는 「사격통제용 레이저거리측정기」로 한 몫을 톡톡히 하고있다. 이 측정기는 루비레이저·탄산가스레이저 등의 빛을 쏘아 보내 표적에 맞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 이를 컴퓨터에 입력시켜 포탄이 표적을 찾아 날아갈 수 있게 해준다. 최근엔 갈륨비소(GaAs)레이저를 이용한 휴대용 레이저거리측정기까지 등장, 거리 뿐 아니라 사격에 필요한 방의각과 고각까지 측정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려대 김정흠교수(물리학)는 『레이저 빛을 대전차용 토미사일에 1km정도 떨어진 곳에서 쏘면 미사일에 구멍을 뚫어 그 안의 전자뇌를 망가뜨리는 식으로 토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레이저의 군사적 활용예를 들었다. 또 일명 「스마트폭탄」인 레이저유도폭탄은 방향조절이 가능한 레이저수신강치를 달고 전투기에 실려 있다가 적의 대공포에서 비교적 안전한 거리에 있는 다른 항공기가 표적에 쏜 레이저빛을 다시 방아 거리를 측정한 뒤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는 것.
그러나 대륙간단도미사일(ICBM)처럼 두께가 두꺼운 미사일의 경우 이를 뚫고 레이저광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군사과학자들은 시간당 에너지소모율이 1조∼10조W에 달하게 하는 고에너지화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연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김교수는 전했다.
최근 기체레이저의 일종(구리증기 레이저)을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소 기초연구부 차병헌박사는 『가시영역의 레이저는 1백여종에 달하나 지금까지 50여종이 개발됐으며 이중 실제 상품화된 것은 10여종』이라고 밝혔다.
이중 ▲고체레이저에는 루비·야그레이저가 있고 ▲기체레이저로는 헬륨네온·아르곤·탄산가스·염화수소 레이저 등이 꼽히며 이밖에 ▲광통신 등에 쓰이는 반도체레이저가 있다.
레이저는 전쟁용으로 쓰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평화용으로 활용되는 면이 훨씬 많다.
반도체레이저의 경우 콤팩트디스크(CD) 등에 쓰이고 헬륨네온레이저는 슈퍼마킷에서 가격·재고량 등을 신속히 처리하는 바코드(barcode)에 활용되는 등 쓰임새가 많다.
레이저의 CD에 대한 활용면을 보면 직경 12cm인 디스크판에 깊이와 폭이 1μ 이하인 극히 작은 홈(고성능현미경으로만 판독가능)을 40억개 만든 뒤 레이저빛을 쏘여 움푹 들어간 곳과 나온 곳을 식별, 음악을 입력해 CD로의 기능을 가능케 한다. 또 헬륨네온레이저는 바코드에 기록돼있는 신호를 읽어 슈퍼마킷의 현장판매관리(POS)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으며 국내에도 속속 보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가하면 야그레이저는 이른바 레이저메스(수술칼)로 활용돼 주근깨치료 등 의학용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아르곤레이저나 구리증기레이저는 예컨대 지문에 묻은 아미노산을 다른 염료로 염색한 뒤 생기는 형광으로 측정, 지문감식에 쓰인다는 것. 이밖에도 레이저는 반도체분야의 집적회로(lC)마스크를 가공하거나 환경감시·자동차감시제어 등에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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