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전쟁증후군/유재식 베를린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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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일에도 텔아비브와 하이파지역에 대한 이라크의 미사일공격이 있었다. 개전후 벌써 다섯번째다. 이번에도 주택가에 미사일이 떨어져 1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
스커드미사일은 분사연료공간이 넓어야하기 때문에 크기에 비해 폭발력은 적은 편이다. 따라서 인명피해도 그만큼 적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에 대한 이라크의 미사일공격은 아직까지는 화학무기가 탑재되지 않는 한 공포분위기조성을 위한 심리전의 일환일 수 있다.
지난 며칠간 이스라엘에는 진짜든 가짜든 매일 한번 이상 공습경보가 울렸다. 이스라엘 국민이나 이곳에서 취재중인 보도진들의 이에 대한 반응은 두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점점더 초조해하는 사람들과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느긋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훈련도 됐겠지만 사이렌이 울리면 대피소에 집합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들은 점점 초조해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부 「대담한」 사람들은 방독면도 착용하지 않고 여유를 부린다. 몇번 경험끝에 이라크의 미사일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거나 아예 목숨을 운명에 내맡긴 사람들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점점 짜증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외신기자들에게 더할 나위없이 친절을 베풀던 이스라엘인들의 서비스도 날이 갈수록 불친절해지고 있다. 모두들 화를 내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또 하나 공통점은 모두들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점이다. 자동차의 굉음이나 파도소리가 이들의 신경을 건드리는가 하면 전화벨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멀리서 공습경보가 들리는 것 같은 환청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공습경보가 끝나면 호텔방문을 열어달라는 사람들로 프런트가 북적댄다. 열쇠를 방안에 두고 대피했던 사람들이다. 집단노이로제 증상이다. 상황이 끝난 뒤 대피소에서 나온 사람들은 예외없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은 무사했다고 전하기 위해서다.
기자도 베를린으로 전화를 했다. 여섯살짜리 아들녀석이 받았다.
『아빠,장난감 언제 사줄거야?』<편집자주:이 기사는 이스라엘군 당국의 검열 받은 것임. 텔아비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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