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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 추모 행사에 전교조 교사가 학생 인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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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국주의 양키 군대를 섬멸하자" "미국과 이승만 괴뢰정부를 타도하자"

지난해 5월 28일 오후 전북 순창군 회문산. 임실 K중학교 학생 100여 명 앞에서 비전향 장기수가 빨치산이 외쳤던 구호를 소개했다. 이 자리는 비전향 장기수들의 모임인 '통일 광장'이 주최한 '남녘 통일애국열사 추모제'로 사실상 '빨치산 추모제'였다. 이곳에 전교조 소속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해 간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전북 임실 교육청 등에 따르면 당시 이 학교 김모(46.도덕) 교사가 인솔해 모임에 참석한 중학생은 1~3학년 100여 명 이외에 졸업생 20여 명도 포함돼 있었다. 교사 5명과 학부모 20여 명도 따라갔고 비전향 장기수 등 모두 300여 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지난해 5월 28일 오후 5시쯤 회문산에 도착해 저녁 식사 뒤 전야제 무대에 올라 "전쟁 없는 세상은 통일된 나라라는 생각에서 통일운동에 나서게 되었으며,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 반전배지 달기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평양의 학생들에게 보내는 통일편지를 낭독했다.

이종린 범민련 남측 본부 명예의장은 "오늘 밤은 회문산 해방구라고 말하고 싶다"며 "남녘 동포들이 회문산에서 용감히 싸웠던 역사를 기리면서 올해는 반드시 미군 없는 나라를 만들자"는 내용의 격려사를 했다. 또 장기수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인사말을 했고 일부 장기수는 빨치산 구호를 학생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비슷한 행사가 2003년에는 전남 광양군 백운산에서, 2004년에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골에서 열렸다.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분단.대립의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더 이상 동족 간의 반목.갈등으로 인한 아픔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산 교훈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행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비전향 장기수들이 여는 추모제는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매년 한 차례씩 열리며, 지난해 회문산 행사가 그 이전과 특별하게 다른 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조사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K중학교는 전북 교육청이 지정한 '통일 연구 시범학교'로 김 교사와 학생들은 인터넷 카페(cafe.daum.net/nowar1)를 운영하면서 2003년에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반대 배지 착용 캠페인, 2004년에는 인터넷을 통한 북한 친구들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 등을 펼쳐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학교 김모 군은 카페 글(지난해 5월 20일자)에서 '미국 이라크 침략 반대, 북한 친구들에게 편지 보내기,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 등은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나서서 활동하고 있다'고 적었다.

김 교사는 1988년 전북대(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재야에서 통일운동을 하다 99년 윤리과목 교사로 임용돼 올 2월까지 K중에 재직한 뒤 군산 D고로 전근을 갔다. 현재 전교조 전북지부 통일위원장으로, 전북통일교사모임 총무도 맡고 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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