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다리 짚은 국토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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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동산 관련 공공연구기관의 집값 전망이 엉터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소인 국토연구원은 올 초 '2006년 부동산시장 전망과 정책방향'이란 보고서에서 올해 전국 집값은 1%, 서울의 아파트는 2%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과 금리 상승 등을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올 들어 11월까지 9.6% 올랐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19.7% 올랐다.

국토연구원은 또 서울 강남 아파트 등 일부 지역의 집값만 급등했던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 또한 빗나갔다.

이에 대해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전망치와 실제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인 것은 당초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재건축 규제 등과 관련한 중앙 정부의 정책에 지방자치단체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했고, 거주 목적의 수요만을 고려해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투기적 수요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땅값에 관한 국토연구원의 전망도 완전히 빗나갔다. 연구원은 금리상승 등의 여파로 올해 땅값이 0.5%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10월에만 4.55%가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서울은 물론 행정도시.혁신도시 예정지를 중심으로 땅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사실을 무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연구원의 엉터리 집값.땅값 전망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표 참조>

대한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의 집값 전망도 국토연구원과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전국 집값이 3%, 올해 2~3%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집값은 오히려 급등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조세부담의 증가, 금리 인상 등으로 투기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주택 수요자들도 분양시장으로 몰려 기존 주택의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까지 정부 당국자가 구두개입용으로 한 발언과 거의 흡사하지만 결국 잘못된 예측이 돼버렸다.

김준현 기자

◆ 국토연구원=1978년 설립돼 국토계획과 지역계획의 수립, 주택.토지정책, 교통, 환경정책, 건설경제, 사회간접자본, 지리정보시스템 등에 관한 기초 연구와 계획기법 개발 등을 통해 건교부 정책의 두뇌집단 역할을 하고 있다.

◆ 주택도시연구원=1962년 주공이 창립되면서 함께 만들어졌다. 주택.도시.건설 분야의 연구개발과 친환경건축물 인증, 건교부 품질검사 등 정부대행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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