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따른 세계경제 타격없다”/미 MIT 돈부시교수 내한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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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전 파괴 없는 한 걱정없어/한국 「제2 일본」으로 알려져선 곤란
『걸프전쟁이 4∼6주내에 끝난다면 기름걱정은 할 필요없고 유가에 관한한 이미 전쟁은 끝났다고도 할 수 있다.』
세계가 중동사태로 전반적인 경제위축등 큰 우려를 하고 있는 가운데 루디 돈부시 미국 MIT대 교수는 이번 전쟁이 오히려 세계경제침체를 벗기는 활력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 주목을 끌었다.
현재 미 경제학회 부회장,독일 중앙은행의 자문역도 겸임하고 있는 돈부시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초청으로 20일 내한,21,22일 삼성그룹과 KDI에서 「걸프전쟁과 세계경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강연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주>
걸프전쟁 이후 국제유가는 전쟁전보다 오히려 떨어지면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전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재고도 많고 생산도 잘되고 있어 공급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현재 배럴당 20∼23달러수준인 유가는 당분간 더 떨어질 전망이다.
걸프전쟁이 4∼6주내에 종료,유전이 크게 파괴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유가에 관한한 전쟁은 이미 끝난 셈이다.
유가안정은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씻게 해주면서 세계경제침체를 둔화시키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앞으로 6개월동안 유가에 관한 인플레율은 당초 일반적인 예상의 절반수준인 3% 미만에 그칠 것이다.
이와 관련,미국 연방은행은 인플레 부담을 떨쳐내고 1∼1.5%의 금리인하를 단행,경기진작에 나설 것이 기대된다.
금융기관의 높은 도산율이 문제이지만 금리가 낮아지면 도산율도 낮아질 것이고 주가는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올해 전체적으로는 0.5% 가량의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되나 6∼7월을 고비로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선거전의 경기사이클로는 매우 좋은 편에 속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거의 확실시된다. 역대 미 대통령의 재선여부는 선거전년의 경기에 의해 좌우돼왔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미국 달러는 약세가 계속돼 독일의 마르크 대비 25%가량 더 평가절하될 것이다.
독일의 입장에서는 그러나 자체적인 경제구조가 건실하기 때문에 이같은 마르크 강세를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서유럽국가들은 독일을 중심으로 90년대중 미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92년 EC통합은 적어도 당사국들에 손실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련등 동구권 국가들은 장래를 낙관하긴 아직 일러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전망이다.
다만 구동독은 서독의 경제력에 힘입어,체코는 높은 교육수준과 근면성에 의해 다른 동구권보다 상대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남미국가들은 특히 90년대 괄목할만한 성장과 경제재건이 예상되고 있으며 멕시코와 칠레가 그 주역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한국도 북방에 대한 대규모 투자보다는 남미국가들과의 협력에서 더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제2의 일본으로 비쳐지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시장개방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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