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끊긴 바그다드 방송도 침묵/재공습­반격 확전 나흘째(페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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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스라엘서 보복할 것” 시민들 울상/구름층 두꺼워 미 함재기 공습 포기
다국적군의 공습이 계속 이루어지는 바그다드시는 식수와 연료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다국적군은 4일간에 걸친 공습에도 이라크 공군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국적군의 연이은 대규모 공습으로 바그다드 거리의 모든 상점은 문을 닫았으며,특히 주유소들도 문을 열지 않아 자동차 기름부족으로 인한 심한 수송난을 겪고 있다.
또 거리에는 인적이 거의 사라진 가운데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멍한 모습에 수면부족으로 퀭한 눈을 하고 있었으며 각 관공서에도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바그다드 방송은 자주 전파방해를 받고 있으며 어떤 때는 국가연주를 방송하는 동안 완전히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더구나 이스라엘에 대한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 뉴스가 전해지자 도시 곳곳에는 초조와 두려움이 고조되고 있다.
한 기독교 부인은 이스라엘이 보복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는 조용히 성호를 그은 후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바그다드에 대한 연합군측의 대규모 공습에도 불구,민간인 희생자수는 매우 적은 편이라고 이란 국경지역으로 탈출해나온 이라크 난민들이 전했다.
이란관영 IRNA통신은 18일 이들 이라크 난민들의 말을 인용,『바그다드에 대한 일련의 연합군측 공습은 엄청난 사상자를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런던에 체류중인 이라크의 한 야당인사는 연합군측의 공습으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엇갈린 주장을 하기도.
○잔류기자 출국요청
○…이라크 당국은 바그다드에서 취재중인 외국 보도진에게 잠정적으로 이라크를 떠날 것을 요청했다고 영 BBC방송의 바그다드 특파원이 19일 말했다.
BBC­TV의 존 심슨특파원은 이날 전화를 통해 이라크 당국이 외국 보도진들에게 잠시동안 이라크에서 철수하도록 요청하고 이들 외국 취재진은 암만에 수일간 머무른 뒤 바그다드로 귀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라크당국은 이같은 결정이 외국 언론인들의 보도내용 때문이 아니라 이들의 취재여건이 좋기 않기 때문에 내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심슨특파원은 말했다.
심슨은 또 이라크당국이 이들 외국 언론인들에게 취재장비를 그대로 두고 떠날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다국적군의 폭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이라크 바그다드에 남아 현지의 표정을 전세계에 생생하게 알려주었던 미 CBS­TV와 ABC­TV 보도진이 19일 철수함에 따라 이제 CNN과 NBC­TV 보도진만 남게 됐다.
19일 새벽 요르단의 암만에 도착한 CBS의 앨런 피지기자는 『바그다드에는 위성통신도,물도 없으며 전기도 비상발전한 것 이외에는 없다. 거리에서도 사람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3차공습이 있은후 12명 이상의 특파원들이 폭격을 피해 바그다드를 떠났으며 7백㎞에 이르는 요르단 국경까지 승용차 한대를 빌리는 가격이 3천달러까지 올랐다가 나중에 2천달러로 떨어지기도 했다.
○제공권은 장악못해
○…미국이 이끄는 다국적군은 이라크와 쿠웨이트에 대한 이틀간의 대규모 공습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으나 미 국방부는 현재까지의 페르시아만전쟁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고위 미군장성들이 18일 말했다.
미 합동참모본부(JSC)의 마이크 켈리 육군중장과 마이크 매코넬 해군소장은 이날 부시 대통령이 국방부를 방문,딕 체니 국방장관과 콜린 파월 합참의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직후 기자들에게 그같이 말하고 다국적 공군은 현재까지 총 2천1백7회 출격했다고 밝혔다.
합참작전 참모부장인 켈리 중장은 다국적군이 제공권을 장악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그렇지 못하나 머지않아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공습이외에도 미 군함들이 1백96발의 토마호크미사일을 이라크의 군사목표물에 발사했으며 대 이라크공격에 사용되고 있는 거의 모든 미국 무기가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켈리 중장은 현재 페르시아만에 배치된 미군병력은 총 45만명으로 1주일 전보다 2만5천명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은 18일 쿠웨이트에 대한 전투기등의 공격으로 약 40명의 이라크 병사를 사살했으며,미군은 이 공격에서 4명이 부상했다고 미 해군 관리가 19일 발표.
2대의 A­10기는 이라크 포대를 공격,30여명의 이라크 병사를 사살하고 이라크 포대에 큰 타격을 가했다고 이 관리는 설명했다.
○이라크군 5명 탈출
○…페르시아만전쟁이 시작된 이후 5명의 이라크 병사가 터키로 탈출해 왔다고 터키 군장교가 18일 발표했다.
이 장교는 다국적군이 공격을 시작한지 수시간만에 이라크병사 1명이 50m폭의 티그리스강을 헤엄쳐 왔으며 18일 새벽에는 4명의 이라크병사가 실로피마을 근처로 탈출해 왔다고 말했다.
터키 군당국은 전쟁발발 이전에 2백여명의 병사를 포함,이라크인 8백여명이 터키로 탈출해 왔다고 밝혔는데 앞으로 더 많은 이라크 병사들이 탈출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토네이도 폭격기들은 이라크 레이다망을 파괴하기 위한 신형 낙하산 미사일을 사용하는등 첨단 폭격장비와 폭탄들을 투입하고 있다.
야간정밀비행 장비를 갖춘 이 폭격기들은 적의 레이다 탐지를 피하기 위해 지상 30m 상공까지 저공비행할 신형 낙하산 폭탄을 투하한다. 이 폭탄은 일단 기체에서 투하된 뒤에도 낙하산에 매달려 체공하면서 목표점을 확인,날아간다.
영국 공군은 이와 함께 비행장활주로를 파괴하는데 JP­233 유산폭탄을 사용,복구가 곤란한 광범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1천파운드짜리 대형폭탄도 투하하고 있다고.
○…미 FA18호네트 전투폭격기들이 18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정예 공화국수비대가 보유하고 있는 탱크를 파괴하기 위해 이라크로 발진했으나 이라크 상공의 두꺼운 구름층때문에 공습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조종사들이 전언.
미 해병대의 한 조종사는 『우리가 출격한 뒤 상당히 높은 고도에서 두꺼운 구름층을 만나 많은 대원들을 이라크에 낙하시키고 폭격을 감행하려던 당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귀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우리는 다음 기회에 이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
이들 조종사들은 당초 쿠웨이트 북서부 지역에서 참호를 구축하고 있는 후세인의 정예 공화국 수비대에 2백25㎏의 폭탄 및 각종 산탄폭탄을 투하할 예정이었다.
○서방진영 공격하라
○…요르단 의회는 18일 아랍 및 회교국가들에 이라크와 싸우고 있는 다국적군 가담국들의 주요 설비를 공격하도록 촉구했다.
요르단 의회는 이날 66명의 의원들이 출석,이같은 결의를 표결끝에 채택했으며 이라크에 대한 다국적군의 공습을 『형제 이라크국민등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아랍 및 회교도국가들에 대한 야만적 침략행위』라고 만장일치로 비난하고 『우리는 모든 아랍 및 이슬람국가들이 이라크에 대항하고 있는 미국 및 다국적군 가담국의 이권을 공격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라크,첫 협상촉구
○…이라크의 압둘 알 안바리 유엔주재대사는 18일 부시 미 대통령에게 이라크와의 협상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7일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측과 이라크간에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라크정부의 고위관리가 종전을 위한 협상을 제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알 안바리대사는 이날 미국의 케이블TV방송인 CNN과의 회견에서 『믿음을 갖고 허심탄회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면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믿는다』면서 이같이 촉구했다.
○로이드사 문호개방
○…페르시아만 전쟁발발로 선박등에 대한 보험료율의 책정등이 어려워지자 세계적인 보험업자 단체인 영국의 로이드사는 3백3년 역사상 처음으로 19일과 20일 양일간 외부 보험업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로이드사의 대변인은 『보험인수 결정자들은 로이드사가 종래와 같이 보험료등을 결정,계속해서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개인 자격요건은 세심한 심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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