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은막」뒤로하고 은둔생활|김혜정<전 연극배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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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조용히 살고 싶어요. 두 남매가 성장, 공부 잘하고 있어 행복합니다. 엄마로서 조심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새해엔 나름대로 멋진 삶을 펼쳐 볼 생각입니다.』
85년 워커힐아파트 도난사건이후 소식이 끊겼던 지난날의 걸출한 은막스타 김혜정씨(50·서울동무이촌동)를 만나는데는 1주일동안을 수소문해야 했다.
거처를 가까스로 찾아 전화 통화한 뒤에도 이틀씩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는 자신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몹시 꺼렸고 두 자녀와 주변인물에 미칠 피해를 염려했다.
『한달 전에 딸을 아빠 품에 넘겨줬어요. 애들도 성장할 만큼 성장했고 나도 훌훌 털어 버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원할 줄 알았더니 고독이 온몸을 엄습하더군요.』
김씨는 경남마산태생으로 마 마산제일여고를 나와 19세에 데뷔, 은퇴한 28세까지 60년대 국내영화계를 휩쓸었던 대 스타였다.1m65cm의 신장에 구미의 어떤 글래머에 못지 않은 볼륨과 매혹적인 외모로 팬들을 사로잡았었다. 그가 출연한 작품만도『아내는 고백한다』『아카시아 꽃잎 필 때』『산 자와 죽은 자』등 3백여 편.
그러나 김씨의 결혼 생활은 은막의 화려한 경력에 비해 불우한 편.
69년 결혼,6년만인 75년 파경을 맞은 D건설 C회장과의 초혼 외에도 끊임없이 스캔들이 따라다녀 그를 괴롭혔다.
현재 이혼녀로 지내는 김씨는 주변의 미확인 염문설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모두 묻혀버린 과거얘기라고 했다.
『저를 「개성이 강한 여자」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은막에서의 역할이었을 뿐 실제로는 소극적이고 부끄럼도 많이 타는 여자랍니다. 즐기던 골프도 못하고, 대외활동을 피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한때 모 감독으로부터 영화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김씨는 새해도 맞고 했으니1월말께 해외여행에나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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