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원고지 31장 분량 편지글에 파업·AI대책 썼더라면 박수 받았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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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편지 파문을 놓고 한나라당에선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나왔다. 1차적으론 노 대통령에 대한 공세와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노 대통령이 "국정 수행에 대해 한나라당이 흔들지 않는 일이 없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서다.

나경원 대변인은 "한나라당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한다는 것은 허위 사실 유포"라며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적 협박인 만큼 취소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원고지 31장 분량의 편지글에 화물연대 파업, 조류인플루엔자 대책을 세워놨다면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경계와 우려감도 내비쳤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을 노리고 쓴 편지지만 한나라당은 결코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노 대통령이) 남기고 간 편지 한 장이 열린우리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대통령이 자기가 외국에 나가면 나라가 조용해질 것이라고 했던 스스로의 말도 뒤집고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한다"고 꼬집었다.

당 정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편지 파문이 부른 청와대와 여당의 갈등을 '정치 쇼'로 규정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당이 현재의 국민 지지도로는 정권 창출은커녕 18대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을 것 같으니 서로를 비난하며 정략적 이혼을 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이혼 과정이 부끄럽고 창피하니 서로를 비난하고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며 국민들 혼을 빼놓는 '정치 쇼'를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순발력에 감탄할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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