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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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어머니' - 오탁번(1943~ )

어머니,

요즘 술을 많이 마시고 있읍니다

담배도 많이 피웁니다

잘못했읍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읍니다

할아버지 아버지를 잊지 않겠읍니다

밥도 많이 먹고 잠도 푹 자겠읍니다

어머니!


'읍니다'라고 자판을 치니 '습니다'로 자동변환됩니다. 악착같이 '읍니다'로 바꾸어 놓습니다. 어릴 적 가정통신문에 써주셨던 어머니의 '슴니다'도 기억납니다. 그때도 악착같이 '읍니다'로 고쳤던가요? 저도 오늘 아침 어머니에게 편지를 씁니다. 어머니, 요즘 밥도 잘 거르고 있슴니다. 잠도 푹 자지 못하고 있슴니다. 오래 감기 들어 있슴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다 잃는다는 말씀 잊지 않겠슴니다. 욕심 덜 부리며 살겠슴니다!

<정끝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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