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독감(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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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은 감기까지도 「다국적」아니면 「북방」 감기가 유행이다. 엊그제 보사부가 주의보를 내린 독감이 바로 「상하이 A형」이었다. 하긴 독감이라는 뜻의 인플루엔자는 원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번 상하이 독감은 오한,근육통에 사지통까지 겹쳐 몹시 고통스러운 모양이다. 프랑스 소설가 J 르나르도 『사상보다 무서운 고통을 주는 것이 감기』라는 말을 했다. 의사들은 독감의 경우 사나흘은 견디어 내야 고열이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물론 며칠 푹 쉴 때의 얘기다.
왜정때 일본군 사령관인 우쓰노미야(우도궁)가 사회명사들을 초청해 파티를 연 일이 있었다. 이때 우쓰노미야는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거리며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침 그자리에 있던 월남 이상재선생은 그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던지 한마디 했다.
『감기는 대포로도 쫓아내지 못하오?』
그 시절 독설치고는 대담 무쌍한 독설이다. 아무튼 감기를 쫓아내는 특효약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달나라를 정복하고,지능컴퓨터를 만들어 내는 세상인데도 감기약만은 발명하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물론 각종 왁친을 만들어 냈지만 감기 바이러스엔 손을 들고 있다. 감기 바이러스는 2백종쯤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어느 하나를 겨냥해 왁친을 만들어내면 어느새 그 바이러스는 새로운 모양으로 변해 버린다. 따라서 왁친은 효능이 없게 된다. 그 정도로 감기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빠르고 심하다.
누가 감기를 다스리는 약이나 예방약을 발명한다면 노벨상은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말도 있다.
요즘 감기는 무슨 영문인지 쉽게 물러가지도 않는다. 필경 우리 몸의 저항력이 그만큼 약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차라리 옛날처럼 춥게 살던 시절은 우리 몸의 적응력이 높아 감기도 쉽게 접근을 못했던 것 같다.
요새는 벌써 기온이 영하 10도만 내려가도 신문기사 거리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의 기온 관념이 바뀌었다.
모두들 약골이 되었다는 얘기다.
의사들이 충고하는 한가지 감기예방법이 있긴 하다. 절도있는 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 생활은 우리 몸의 리듬과 균형을 제대로 잡아주어 「상하이」가 아니라 「시베리아」 독감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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