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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보좌관 30명 '민노당 당원'

중앙일보

입력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비서관 가운데 민노당 당적(黨籍)을 가진 당원들이 3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가 4일 보도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추구하는 이념과 정책이 판이하게 다른 정당이다. 한나라당이 대표적인 보수 정당이라면, 민주노동당은 진보 정당이다.

이들은 자기들만의 '대외비' 모임도 갖고 있다고 한다. 민노당 당원은 아니지만 민노당에 후원금을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A 의원의 보좌관 K(35)씨는 한총련 출신의 민노당 당원이다. 국회 근무 전에는 근무하던 직장에서 노조활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K씨는 업무상 A 의원과 만나오다 올해 보좌관으로 채용됐다.

A 의원은 "정책 전문성이 있고 성실해서 채용했다"고 말했고, K씨는 "한나라당 보좌관을 직장으로 생각하고 일하고 있지만 이쪽 정보를 빼내 주거나 스파이 역할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민노당원으로 한나라당 B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던 L씨는 "젊은 민노당원들은 학생회와 시민단체 등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책입안을 돕고, 한나라당 의원은 민노당원에게 생계를 제공하는 공생관계"라고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부분 자기 비서관이 민노당원임을 알면서도 쓰고 있다고 한다. "민노당원들이 일도 잘한다"는 입소문이 나, 환경노동위에는 민노당원을 데리고 일하는 한나라당 의원이 4명이나 된다.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이들 민노당원인 한나라당 보좌관.비서관들은 두 당 중 한 곳을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황우여(黃祐呂) 사무총장은 "민노당의 신념을 가진 민노당원들이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사해 보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한나라당의 내부 정보가 밖으로 새 나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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