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3김' 부활시킨 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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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인터넷에 '3김(金)'이 주요 화제로 떠올랐다. 김영삼 전 대통령(YS), 김대중 전 대통령(DJ), 김종필 전 총리(JP)가 관심 있는 정치 인물로 등장한 것이다.

"JP는 내년 대선에서 충청도 사람들에게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표 주지 말라고 밝혀야 한다."(ddo1988)

"YS는 PK(부산-경남) 유권자들이 절대로 노무현 사람은 찍지 말라고 조언하라."(sjlee303)

"노 대통령과 DJ의 만남이 야합이라면 당신들(YS.JP)의 만남은 뭐냐."(kkh6934)

세 원로가 온라인에서 떠들썩한 것은 지난달 30일 있었던 YS와 JP의 만찬회동이 계기가 됐다.

이날 두 사람은 노 대통령에 대해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닌 거 같다"(YS), "분열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JP)는 표현까지 썼다.

언론 면담 요청도 쇄도한다. 1일 YS가 한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했고, DJ에게도 내.외신 인터뷰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세 사람이 정계를 떠날 당시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셋 중 가장 늦도록 정치 현장에 남았던 이는 JP다. 2004년 4월 자민련이 총선에서 패하자 그도 정계를 떠났다.

그렇게 '3김시대'는 끝났다. 그런 그들이 정치적으로 '부활'한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이 국정 무능과 레임덕에서 벗어나기 위해 DJ에게 다가섰다고 본다. 그것이 결국 YS와 JP까지 신발끈을 매게 했다는 것이다.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꿈쩍하지 않자 여권은 DJ의 방북에 매달렸다. 정권의 실패로 정계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자 DJ에게 열린우리당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급기야 노 대통령이 지난달 4일 DJ의 집까지 찾아갔다.

YS와 가까운 인사는 "YS가 지난해 11월 DJ에게 12년 만에 안부전화를 한 것만 봐도 현실 정치에 초연했음을 알 수 있다"며 "그러나 DJ의 목포 군중집회를 대선 개입 선언으로 보고 '이대로 있으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JP 측 설명도 비슷하다. 한 측근은 "JP가 은퇴 후 정치 얘기를 일절 안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DJ 쪽 생각은 다르다. "남북관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는 마음뿐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도 정치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김민전(정치학) 경희대 교수는 "한국의 대통령은 의원내각제 국가의 총리와 국왕의 역할을 겸한다"며 "재임 시엔 당파성을 가진 총리 임무를 하더라도 퇴임 후엔 국가를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분들이 다시 당파성을 띤 활동에 나서는 것은 불행"이라고 말한다.

내년이면 YS는 80세, JP는 81세, DJ는 83세(호적상은 81세)가 된다. 이들은 국가 원로로서 정쟁이 아닌 통합의 역할을 해야 함이 마땅하다.

정치권이 손을 내밀어서도 안 되고 정부가 이들의 우려를 가볍게 넘겨서도 안 된다.

강주안 정치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