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이창호 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박문요 5단  ● . 이창호 9단

이창호 9단은 올해 세계무대 결승에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분명 이창호 9단의 전성기는 지났다.

그러나 "이창호 시대는 끝났습니까"란 질문에는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골프의 타이거 우즈에 비해 바둑의 이창호는 좀 더 강하고 좀 더 무적이었다. 그런 이창호의 삶을 돌아본다면 그에게 '끝났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이창호는 시작부터 미스터리 그 자체였고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였으므로… 좀 더 지그시 지켜봐 주기를 권하고 싶다.

장면 1(21~28)=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의 박문요 5단은 나이가 18세에 불과하지만 조선족 제일의 고수다. 16강전에서 유창혁 9단을 격파하고 올라와 이창호 9단과 마주 앉았다.

흑을 쥔 이창호의 행마가 이채롭다. 21, 23으로 쫓더니 25로 넘어간 것인데 젊은 프로들은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표정이다. 21, 23의 의도는 물론 백△ 두 점을 은근히 위협하는 것.

박문요는 그러나 달아나는 대신 오히려 26, 28로 강력히 파고들었다. 이 판의 첫 번째 고비. 흑의 응수가 어렵다.

장면 2(29~37)=이창호 9단은 29로 가장 쉬운 코스를 택했다. 백은 물론 30으로 넘어가 귀를 차지하게 된다. 이때 31에서 37까지 백 두 점을 차단한다면 흑의 두터움도 상당하다는 게 이 9단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 두 점이 소화시킬 수 없는 가시임을 금방 알게 된다.

참고도=박영훈 9단은 흑 1로 웅크려 귀의 실리를 지키는 것이 더 나았다고 말했다. 외곽은 싸발리지만 아직은 단점이 있는 만큼 흑도 충분하다는 주장에 젊은 강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