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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광주요 조태권 회장…도자기의 대중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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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도자기·소주·벽지·음식점.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이것들을 관통하는 것은 뭘까. 조태권(58.사진) 광주요 회장에게 그 답은 '전통 문화'다. 그리고 그 답을 쓰는 것은 그의 '열정'이다. 우리의 고급 전통 문화를 시간상으로는 오늘날 대중이 즐길 수 있게 되살리고, 공간적으로는 세계에 알리겠다는 그의 열정. 무모하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펼쳤던 그의 도전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대중 도자기 브랜드 '아올다', 민화를 이용한 인테리어 제품 '자비화', 전통 소주 '화요', 전통 식당인 '가온'과 '낙낙' 등은 18년간 펼쳐온 그의 도전적 실험이 거둔 성과물들이다.

사진=안윤수 기자

▶E4면

광주요는 1963년 도자기 회사로 출발했다. 지금은 소주도 만들고, 한식당도 운영하고, 인테리어 사업도 한다. 이질적인 업종들이다. 하지만 조태권(58.사진) 회장에 따르면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사업'이다. '전통 음식 문화의 풀셋트 상품'이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88년 2월, 선친이자 창업자인 조소수 옹이 타계하면서 회사를 이어받았다. 그 전까지 그는 잘나가는 잘 나가는 무역상이었다. ㈜대우에서 '상사 맨'으로 일하다 개인 사무실을 차려 돈도 꽤 벌었다. 하지만 선친의 뜻을 이어 받아 광주요 대표로 취임한 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도자기 회사를 경영하면서 전통 문화에 푹 빠진 그는 '무모한' 도전과 실험을 시작했다. "18년간 쏟아부은 돈이 600억원은 될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얘기다.

그의 첫 번째 도전은 '도자기의 대중화'였다. 우리 조상이 청자.백자.분청사기를 식생활에 썼던 것을 재현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경력 10년 이상된 도공을 모아 생활식기용 고급 수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철저히 상류층을 겨냥했다. 이같은 고급화 전략은 '대중화'라는 그의 애초 목표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조 회장은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속성이 있다"며 "서양에서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발레나 클래식 음악도 점차 대중 속으로 파고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고급 도자기 문화의 대중화를 선언한 첫 걸음이 2004년 초 출시된 '아올다' 브랜드다. 전통 식기인 사발을 모티브로 한 이 제품은 기계의 힘을 빌어 생산되지만 특수한 기술을 이용해 손으로 빚은 느낌이 난다. 이보다 앞서 2001년에는 옛 사람들이 즐기던 민화(民畵)를 벽지.병풍 등의 인테리어 제품으로 재현한 '자비화' 브랜드를 출시했다.

광주요는 2003년 1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가온'이라는 한식당을 열면서 세간의 이목을 다시 모았다. '가온'은 그가 2년이나 준비한 작품이다. '우리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펼 수 있는 발판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온'에 쏟는 조 회장의 노력은 유별나다. 요리장과 전국을 돌며 메뉴와 재료를 연구했다. 음식도 최고급을 지향하고 있다. 조 회장은 "유명 재력가와 외국인 단골이 많다"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서울서 가장 유명한 한정식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고 자랑하도록 하는 것이 가온의 목표"라고 말했다. '가온'이 어느 정도 성공하자 그는 서민 취향의 한식 주점 '낙낙(樂樂)'을 최근 서울 청담동에 열었다. 조 회장은 지난해 초 다시 도전에 나섰다. 고급 증류식 소주인 '화요'를 내놓은 것이다. 그는 "여주 암반수와 이천쌀 원액을 옹기에 넣어 3개월간 숙성시킨 화요는 고려시대의 전통식 증류주를 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와인, 러시아 보드카, 일본 정종과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술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사업 확장 속에서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2003년 9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올해는 2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이런 추세라면 2008년 쯤에는 매출 5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의 목표는 광주요가 세계적인 식문화 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우리 전통이 녹아있는 좋은 도자기에 고급음식을 담아, 좋은 술과 함께 최고급 식당에서 파는 것이다. 광주요는 지난해 10월 중국 장자강에 120평 규모의 '가온' 지점을 연 데 이어 올 3월에는 베이징 LG쌍둥이빌딩 5층에 '베이징 가온'을 개설했다. 중국을 발판으로 런던.파리를 비롯해 전세계 20곳에 가온 점포를 열고, 한식주점인 '낙낙'은 국제적인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것이 그의 포부다.

▶창립=1963년 6월

▶임직원수=120명

▶본사=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주요 브랜드=광주요, 아올다

▶계열사=서화(민화 인테리어), 화륜(한식당 '가온', '낙낙'), 화요(증류식 소주)

글=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사진=안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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