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 고쳐도 비윤, 안고쳐도 비윤 당선…친윤 비대위 '전대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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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13일 오후 첫 회의에서 “국민들은 우리가 하루 빨리 환골탈태, 쇄신하길 바라고 있다”며 “속히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해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 상임전국위원회가 비대위원 임명안을 의결하자마자 곧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정치는 국민의 아픔을 기쁨으로 바꾸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는 과업” “대통령실과 정부가 (민심을) 있는 그대로 잘 반영토록 해 국정운영 전반에 국민의 뜻이 스며들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황우여 비대위의 최대 현안은 전대 시기와 룰 확정이다. 4·10 총선 참패 후 여권에서는 당원 투표 100%로 대표를 뽑는 현행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 여론조사를 배제하니 당과 민심의 괴리가 커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일부 비대위원은 이날 당장 룰 개정 필요성을 공개 주장했다. 경기 포천-가평에서 당선한 김용태 비대위원은 채널A에 출연해 “룰은 바뀌어야 한다. 내가 5(여론조사) 대 5(당원투표) 개정을 말한 바 있는데, 3 대 7 정도라도 민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서울 강동갑에서 낙선한 전주혜 비대위원도 회의에서 “국민이 주신 회초리에 따른 변화와 혁신이 따라와야 한다”며 “경선 룰과 관련해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이미 황 위원장에게 (룰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일종 사무총장을 비롯해 정점식 정책위의장, 유상범 비대위원 등 비대위 핵심 보직에 친윤계가 포진한 비대위가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룰 개정을 해나갈지에 대한 의구심이 당 내엔 있다. 앞서 당심 100%로의 전대 룰 개정 역시 2022년 12월 당시 친윤계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물러난 뒤 이뤄진 당시 룰 개정은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반윤 성향의 당권 주자들을 불리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전직 의원)으로 평가받았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연합뉴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연합뉴스

친윤계 주류 측의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가 존재했던 지난 전대 때와 달리, 유력 당권 후보가 비윤 일색인 점은 이번 전대 룰 개정의 변수다.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일 발표한 국민의힘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28%),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26%)이 오차범위 내 1·2위를 차지했다. 유 전 의원은 물론 총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진 한 전 위원장 모두가 '비윤'으로 통한다.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전체 조사에서는 유 전 의원이 앞서는 결과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대 룰을 당심 100%로 유지하면 한 전 위원장이, 민심을 반영해 개정하면 유 전 의원이 유리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당권 레이스가 현 구도로 지속되는 이상, 친윤계로서는 룰 개정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이쪽으로 가기도, 저쪽으로 가기도 부담이란 뜻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아직까지 두 사람 만큼의 존재감이 없다. 뉴시스 조사에서 나경원 당선인(9%),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7%)과 안철수 의원(7%), 윤상현 의원(3%), 권성동 의원(2%) 등은 한자릿수를 기록했다.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대 시기와 관련해서는 ‘7월 전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성일종 사무총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행정적으로 우리가 꼭 거쳐야 할 일들을 계산해 역산해 보면 6월까지는 불가능해 보인다. 7월경이 유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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