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 좋은 빈집 사실분” 부산 중구 빈집뱅크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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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철거 비용이 치솟아 관리 주체인 지자체 부담이 커진 가운데 부산 중구가 상태 좋은 빈집 판매에 나섰다. 3㎢가 안 되는 좁은 면적 안에 관광 자원과 번화가가 밀집했고, 생활인구가 하루 수십만명에 달하는 여건을 살려 빈집을 이색 식당 등으로 바꿔보겠다는 취지다.

13일 부산 중구에 따르면 중구는 내년부터 구청 홈페이지에 ‘빈집뱅크’를 운영한다. 관내 빈집 정보를 알리고 거래할 수 있게 돕는 사이트다. 판매 대상은 전체 빈집 335채 가운데 즉시, 또는 조금만 손 보면 거주할 수 있는 1·2등급 120채가 될 예정이다.

중구가 이런 구상을 한 건 몇 년 새 빈집 철거 비용이 크게 올라서다. 최근 빈집 정비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중구는 3억9800만원을 들여 빈집 19채를 철거했다. 2020년 한 채를 철거할 때 1000만원을 들였지만, 지난해 6채를 철거하는 데는 8000만원(한 채당 1333만원)이 들었다. 중구 관계자는 “주택 크기 등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한 채당 철거비용이 30%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중구가 관내 빈집 수요자가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좁은 면적에 번화가와 관광지·사무실 등이 밀집한 지역 특성 때문이다. 중구의 전체 면적은 2.9㎢다. 1990년대까지 부산시청사와 경찰청사·법원 등 주요 관공서가 자리했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과 무역 관련 회사가 몰리며 남포동과 광복동 등 번화가가 발달했다.

국제시장·자갈치시장 등 대규모 전통시장이 여전히 건재한 데다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을 끼고 있다. BIFF(부산국제영화제) 거리 주변으로는 영화관과 소극장, 40계단 거리 등 근대 풍 이색 공간도 갖췄다. 인구는 3만8000명으로 적지만, 이런 여건 때문에 하루 생활인구 숫자는 50만명을 넘는다.

중구 관계자는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시가보다 싼 값에 매물을 내놓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상태 좋은 빈집이 음식점이나 청년 예술 공간 등으로 활용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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