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길어지고 공사비 급등…1분기 건설 수주액 28%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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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택 공급이 줄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도 심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2년5개월 만에 100을 넘어섰다. 세를 놓는 집주인보다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다. 사진은 12일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연합뉴스]

주택 공급이 줄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도 심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2년5개월 만에 100을 넘어섰다. 세를 놓는 집주인보다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다. 사진은 12일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연합뉴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등의 여파로 올해 1분기(1~3월) 국내 건설 수주액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대한건설협회의 ‘국내건설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34조22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조5574억원)보다 28.0% 감소했다. 특히 민간 부문 수주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민간 부문 수주는 22조21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2% 급감했다. 반면 공공 부문은 12조147억원으로 같은 기간 5.9% 줄었다.

공사 종류별로 보면 건축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4% 줄어든 20조5880억원, 토목은 29.0% 줄어든 13조633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건축 부문에서는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수주 감소(-23.7%)가 눈에 띄었다. 대한건설협회는 “민간부문의 건축사업 수주액은 공사비 상승 등의 여파로 주택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수주 실적을 공개한 국내 상위 건설사 10곳의 올 1분기 정비사업 수주액은 3조99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5242억원)보다 약 12% 감소했다. 2년 전(6조7786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0% 가까이 줄었다.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실제 상위 건설사 10곳 가운데 삼성물산·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 등 7개사는 올해 1분기 정비사업 수주 물량이 한 건도 없었다. 최근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보장된 강남권의 재건축 사업에서도 손을 떼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개포한신’ 재건축 조합이 공사비로 3.3㎡당 920만원을 제시하며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한 곳의 건설사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아 유찰됐다.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공사비로 3.3㎡당 830만원을 제시했지만 응찰한 업체가 없었다.

건설 수주 감소는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1분기 국내 신규 수주는 1조95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6690억원)에 비해 47% 줄었다. 현대건설의 경우 해외 수주 증가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수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지만, 국내 수주액은 지난해 1분기 5조4424억원에서 4조638억원으로 25.3% 감소했다.

GS건설 역시 해외 수주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국내 수주액은 1조36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8830억원)보다 27% 감소했다. DL이앤씨의 올해 1분기 국내 수주액은 1조874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9555억원)에 비해 36.5%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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