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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통령과 여당의 이전투구 부끄럽지 않은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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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신당 공방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노 대통령이 "말이 신당이지 지역당"이라며 반대하자 김근태 의장은 "통합신당을 지역당으로 폄하하는 것은 모욕적 언사이자 제2의 대연정 발언"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다시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서 "개별적인 정치 입지를 위한 구시대적 차별화 전략"이라고 맞받아쳤다.

지금이 그런 공방을 벌일 시점인가. 도대체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미 노 대통령의 임기 말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정기국회 회기 중이다. 내년도 예산안조차 처리하지 못했다. 청와대나 여당이나 수천 건의 법안을 계류해 놓고 처리해 주지 않는다며 야당을 공격하지 않았는가. 그러고는 돌아서자마자 자기들끼리 정치놀음을 벌이니 기가 찬다.

지역주의를 찬성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만나고, 목포를 방문해 호남 예찬론을 펴는 것은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 균형발전론을 내세워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든 배경에도 그런 정치적 노림수가 없었는가. 노 대통령 자신이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됐다. 스스로 지역주의의 세례를 받고, 지역주의를 이용해 왔으면서 반지역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니 이해가 안 된다.

신당 추진파도 무슨 할 말이 있는가. 열린우리당 창당을 반대한 사람들을 수구세력으로 몰아 공격한 게 바로 그들이 아닌가. 불과 며칠 전까지 집권당의 꿀단지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정권교체기가 되자 자신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남의 탓만 하니 뻔뻔한 일이다. 권력을 누렸으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빈집에 페인트만 화려하게 칠한 선거용 정당을 만들어 유권자를 유혹할 궁리를 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먼저 국정 실패로 고통을 겪는 국민에게 자신의 잘못부터 고백하고 사과하라. 신당을 만들건, 분당을 하건 빨리 마무리하라. 민생과는 상관없는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더 이상 보기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