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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1000개, 벤처 350개 배출…시카다는 21세기 산업혁명 메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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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9호 09면

호주 4.5차 산업혁명 승부수

알렉스 샤필스키

알렉스 샤필스키

호주 시드니 남쪽 이블레이 지역은 19세기 후반 호주 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당시 이곳에선 하루에도 수십 대의 열차가 오가며 쉴 새 없이 화물을 실어날랐다. 인근엔 열차를 만들고 수리하는 공장이 즐비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공장이 하나둘 폐쇄됐다. 이 지역 번영의 상징이었던 열차 차고지도 결국 1988년 문을 닫았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2000년. 딥테크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시카다 혁신센터(Cicada Innovations)’가 들어서면서 이곳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혁신센터에서 배출된 수많은 벤처기업이 호주 첨단산업을 선도하면서 1차 산업혁명의 근거지였던 이곳은 한 세기 반 만에 4.5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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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센터에 도착하자 오래된 증기기관차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로비 천장엔 기차 엔진을 장착할 때 썼던 크레인이 매달려 있었다. 이에 대해 알렉스 샤필스키(사진) 시카다혁신센터 우주산업 책임자는 “기차가 이곳에서 엔진을 장착한 뒤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했듯 우리 센터는 벤처기업이 세상에 나가 성공할 수 있도록 마지막 단계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시카다는 주로 어떤 기업을 지원하나.
“딥테크를 기반으로 기후변화·에너지·우주·첨단제조부터 헬스케어·식품·농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함께한다. 창립 후 이곳에서 350개 이상의 딥테크 벤처기업이 육성됐는데 이들이 유치한 투자 규모만 20억 호주 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이른다.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특허도 1000개 이상 취득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에 집중하나.
“정부 지원금을 벤처기업에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정부 사업과 연결해 주기도 한다. 동시에 시장 요구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딥테크 기업 관계자·전문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네트워크도 강화하도록 돕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시장에 적용해 상용화하는 게 벤처기업에겐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8년 호주우주청(ASA)이 문을 열면서 호주 정부는 본격적으로 우주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현재 40억 호주 달러 규모인 우주산업 규모도 2030년엔 120억 호주 달러로 3배나 늘릴 계획이다. 호주 정부는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시카다와 여기에서 배출된 벤처기업들이 큰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 분야 스타트업 육성 계획은.
“이미 2002년부터 우주 관련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해 왔다. 현재 13개 관련 기업이 상주해 있는데 위성 추진체, 위성 블랙박스, 탐사 로봇, 우주 통신, 위성항법, 우주방사선 측정기 등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스페이스 머신 컴퍼니’의 경우 우주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궤도 서비스 위성을 개발해 위성 수리나 우주 쓰레기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세계 각국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혁신센터를 통해 상업화에 성공하면 투자금을 회수하나.
“전혀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성장한 기업들이 사회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특히 우주산업은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다. 센터 이름을 ‘매미(cicada)’로 지은 것도 같은 이유다. 땅속 매미가 성체가 되기까지 7년이란 긴 세월이 걸리는 것처럼 우리도 7년이든, 10년이든 우수한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주 워클리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4년 한·호주 언론 교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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