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국산품 “쉬쉬”한 공진청/박신옥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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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고 가려질까.
국산품과 수입품의 품질비교결과를 놓고 그동안 국산품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발표를 않은채 쉬쉬해온 공업진흥청의 처사는 이러한 우문을 곱씹게 한다.
공진청은 올들어서만도 대형컬러TV·테니스라켓·바바리코트등에 대한 품질시험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산품이 수입외제에 비해 손색이 없으며 수입품이 2∼4배씩 값만 비싸다는 내용으로 일관해왔다.
최근 내놓은 일제 코끼리표 보온밥통과 국내 내노라 하는 메이커의 제품을 비교한 자료에서도 『그 품질수준이 전항목에 걸쳐 대등하였는데 가격은 국산이 외제품의 2분의 1내지 4분의 1 수준이었다』고 평가발표했다.
이같은 평가결과가 얼마나 신뢰할만한 근거에서 나온 것이냐는 차치하고라도 문제는 공진청이 그동안 이들 발표대상을 선택적으로 가려왔다는 점이다.
국산품의 품질·성능이 수입품보다 많이 떨어지거나 같은 국산품 끼리도 조사대상 품목의 대부분이 불량으로 판명나는 등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발표를 않고 덮어왔다.
지난해 경우 시험조사가 끝난 47개 품목중 이렇게 쉬쉬 해온 것이 내화유리식기·자동차와이퍼·안경테·체중계·보온도시락·석유난로 등 10개 품목에 이르고 있다.
예컨대 미국 코닝사 및 일본 하리오사 수입품과 비교한 내화유리식기의 경우 국내업체 제품중 심한 것은 열에 너무 약해 사용하는데도 문제가 있었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은폐해온 공진청의 논리는 당당하다.
국민들의 외제선호의식이 강하고 최근 수입도 크게 늘고 있는 마당에 정부기관에서 어떻게 국산품이 나쁘다는 자료를 내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수입자유화로 온갖 외제품이 생활주변에 파고 들어와 있는 판에 그저 「국산품이 좋다」는 정부발표를 정말 소비자들이 믿을 것인가.
더구나 정부가 현재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기업의 품질경쟁력 향상이 아닌가.
정부가 무조건 덮고 봐주는 식으로는 국산품의 품질향상은 요원한 일이며 소비자들의 국산품 애호도 정부·기업에 대한 신뢰가 쌓일때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해두고 싶다. 이제는 국산품이 개선해야할 점도 정부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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