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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등장에 달아난 학생들"…광주 기동순찰대 2달 만에 430건 단속[르포]

중앙일보

입력

“조금 전까지 술을 마시던 학생들이 술만 챙겨서 달아났어요.”

지난 2일 오후 7시20분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한 어린이공원. 외국인 밀집 지역에 설치된 정자(亭子)에선 술 냄새가 풍겼다. 정자 안에 놓여있던 소주와 맥주가 든 여러 개의 종이컵에서 나는 냄새였다. 공원에 있던 한 할머니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3~4명이 술을 마시다가 경찰이 공원으로 들어서자 술병만 챙겨 달아났다”고 말했다.

수십명 도보 순찰에 ‘화들짝’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에서 광주경찰청 기동순찰대와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이 범죄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에서 광주경찰청 기동순찰대와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이 범죄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희규 기자

경찰은 이날 월곡동 일대 공원과 학교 주변을 순찰했다. 광주경찰청 소속 기동순찰대 16명(2개 팀)과 외국인 자율방범대원 10명 등이 빨간색이 깜빡이는 경광봉을 들고 등장했다. 이에 주민들은 놀라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동안 두 명 정도가 순찰하던 것과 달리 경찰과 자율방범대원이 무리를 지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은 평소보다 강화된 순찰 모습에 “강력 사건이라도 발생했느냐”고 물었다. 경찰과 자율방범대원은 “범죄예방 순찰”이라며 주민을 안심시켰다.

순찰대원은 또 만나는 주민마다 ‘공원 내 음주소란행위 NO’라고 적힌 부채를 건네며 범죄 취약 장소 등을 묻기도 했다. 주민이 평소 불편을 겪거나 불안감을 느꼈던 장소를 중심으로 순찰 구역을 변경하기 위해서였다.

주민들 “고성방가 해방”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에서 광주경찰청 기동순찰대와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이 범죄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에서 광주경찰청 기동순찰대와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이 범죄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희규 기자

경찰에 따르면 이날 순찰 활동 지역은 현장에서 만난 주민이 민원을 제기한 곳이었다. 그동안 해가 지면 외국인들이 술을 마시며 소란을 피우는 장소도 다수 포함됐다. 어린이공원 인근 상인 조미혜(61·여)씨는 “매년 봄철만 되면 외국인들이 공원에서 술을 마시며 시끄러웠는데, 올해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각 부서 경찰관, 지난 2월 팀 구성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에서 광주경찰청 기동순찰대와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이 범죄 예방 활동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에서 광주경찰청 기동순찰대와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이 범죄 예방 활동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황희규 기자

광주 기동순찰대는 범죄 예방과 강력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2월 신설됐다. 주민과 접촉 빈도를 늘려 현장에서 주민이 체감하는 불안 요인을 미리 파악하고 해결하는 게 목표다.

현재 광주경찰청 형사과와 수사과·112상황실·여성청소년과 등 다양한 부서의 경찰관이 자원해 12개 팀, 97명으로 순찰대를 꾸렸다. 기동순찰대는 평소 1개 팀(7~8명)으로 순찰 활동을 하며, 6명은 도보 순찰, 2명은 순찰자에서 대기한다.

주된 순찰지역은 외국인 밀집 지역 외에도 충장로와 상무지구·금호동·용봉동 등 번화가 중심의 범죄 취약지와 다중운집 시설 등 13곳을 선정해 범죄 예방 활동을 한다.

수배범 체포부터 범죄 현장 지원까지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에서 광주경찰청 기동순찰대와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이 범죄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에서 광주경찰청 기동순찰대와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이 범죄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황희규 기자

광주 기동순찰대는 지난 2월 22일부터 5월 1일까지 총 437건의 실적을 올렸다. 기초질서 위반 행위 적발 168건을 비롯해 수배자 검거 175건, 형사 사건 처리 25건 등이다. 기동순찰대는 순찰 활동 외에도 무면허 운전 적발이나 불법체류자 체포, 불법도박 현장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광주청 기동순찰대 전용욱 대장은 “현장에서 청취한 주민 목소리를 반영해 범죄 예방 활동을 하다 보니 주민 만족도가 높다”며 “치안 불안 요인을 먼저 확인하고 선도적으로 해결해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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