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인치 대형화면, 차량에 들어간다…나홀로 커지는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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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LG디스플레이 모델이 48인치 LTPS LCD 및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가 적용된 디지털콕핏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모델이 48인치 LTPS LCD 및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가 적용된 디지털콕핏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LG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자동차의 스크린화가 진행되며 탑재되는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수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기존 주력 사업이던 TV와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량용 시장에 힘을 쏟고 있다.

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를 이전 전망 대비 14% 상향한 117억1954만달러(약 15조9620억원)로 조정했다. 옴디아는 분기 단위로 한 해 전망치를 수정하는데, 그 폭은 통상 1~3% 선에 그친다. 그런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3개월 만에 시장 성장폭을 두 자릿수나 올렸다. 직전 전망치는 103억 2096만달러(약 13조 571억원)였다. 옴디아는 올해 출하량 역시 2억3028만대 수준으로 직전 전망(2억512만대) 대비 약 12%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안방TV 닮아가는 차 디스플레이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전장용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이 빨라지는 데에는 자동차의 ‘스크린화’ 영향이 크다. 최근 자동차 업계 트랜드는 차량 소프트웨어를 통해 각종 기능을 제어하고 주행 성능과 안전·편의사양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 대세다. 자동차가 마치 움직이는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로 변해가면서 차량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10~20인치 크기의 대형 화면이 차량에 들어간다. 몇 년 전만 해도 5~7인치 크기 화면이 탑재 됐는데, 더 큰 화면을 선호하는 완성차 제조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옴디아는 전체 차량용 디스플레이 매출에서 10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44.2%에서 2027년에는 8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고화질 콘텐트를 감상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초고화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트랜드에 맞춰 국내 업체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SDV 차량에 최적화된 초대형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왔다. 올 초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대시보드 전체를 덮는 세계 최대 크기 57인치 차량용 액정표시장치(LCD)도 공개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부터 10인치 이상 대형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돼 안전 규격과 밝기·터치 등에서 엄격한 품질이 요구되는 만큼 중국 등 경쟁사보다 기술력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차량용 OLED 사업으로도 적극 확장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2개 유기발광층을 쌓아 기존 1개층 대비 고휘도, 장수명 등 내구성을 높인 탠덤 OLED 소자를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해 화면 밝기와 수명을 높이고 소비전력을 약 40% 저감한 ‘2세대 탠덤 OLED’를 양산했으며, 올해에는 3세대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LG디스플레이는 캐딜락,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랜드로버, 재규어, 포르쉐, GM, 제네시스 등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 10곳에 차량용 OLED를 탑재한 차를 출시했거나 개발 중이다.

세계 최초로 OLED를 양산하고 스마트폰용 OLED 성장을 주도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장용 OLED 시장도 주도하겠는 전략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OLED는 가볍고 슬림한 구조와 얇은 베젤(테두리)로 디자인 확장성이 뛰어나고, 완벽한 블랙과 깊은 명암 표현이 가능하다. 특히 OLED의 저전력 특성은 전기차의 드라이빙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지난해초 CES 2023에서 34인치 대화면의 뉴디지털 콕핏(디지털 계기판)을 공개했다. 화면 좌우가 구부러지는 벤더블 기술을 탑재해 운전할 때는 운전자가 주행에 집중하고, 엔터테인먼트용으로 활용때에는 최적의 시청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달 BMW그룹 미니가 출시하는 순수전기 모델 ‘뉴 올-일렉트릭 미니 컨트리맨’ 및 ‘뉴 올 일렉트릭 미니 쿠퍼’에 원형 OLED를 공급했으며 최근 페라리와 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오토, 현대차 등과 협업을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에이가 지난 CES에서 선보였던 뉴 디지털 콕핏. 사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에이가 지난 CES에서 선보였던 뉴 디지털 콕핏. 사진 삼성디스플레이

고령화되는 시장 속 유일한 성장

최근 5년간 디스플레이 산업은 제자리걸음 혹은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다. 글로벌 시장은 2021년 1578억 달러(214조 9200억원)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2027년까지 수익 증가율도 2~4%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거의 유일하게 큰 폭으로 성장하는 신시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전장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당장은 수익성에 큰 도움이 안 되더라도 점점 성장하는 시장이라 업계 전체가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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