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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15명 이탈 땐 '채상병 특검' 재의결…낙선자 표단속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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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채상병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2일 오후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통령과 여당에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채상병특검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2일 오후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통령과 여당에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여야가 21대 국회의 끝자락에서 ‘채상병 특검법’으로 충돌한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불참 속에 특검법(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다시 국회로 넘길 경우, 21대 국회 임기 종료 전날인 이달 28일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을 다시 처리할 방침이다. 국회가 ‘재적 의원 절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통해 법안을 재의결하면, 대통령은 더 이상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정치권은 또 이번 표결을 이른바 ‘쌍특검(김 여사 특검·대장동 특검)’ 등 향후 가속할 특검 정국의 서막으로도 여기고 있다. 22대 국회를 이끌어갈 여야의 새 원내지도부가 선출 단계부터 서로 배수진을 치고 ‘표 단속’ 일합을 겨루는 이유다.

표 계산 어떻게 되나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추가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추가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현재 21대 국회 재적 인원은 296명이다. 관건은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다. 구속 수감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본회의장에 모두 나온다고 가정할 때, 197명이 찬성하면 특검법이 통과된다. 바꿔 말하면, 반대표가 99표만 나와도 부결이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113명이다. 전원이 참석해 반대할 경우 충분히 특검법을 저지할 수 있다.

문제는 여당 내 이탈표 가능성이다. 무기명 비밀투표인데다 지도부가 공천권을 쥐고 있던 총선 직전과 달리, 의원 개개인의 독자 행동을 단속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특히 58명에 달하는 불출마·낙천·낙선 의원이 변수로 지목된다. 이 중 15명만 이탈해도 특검법을 막기 어려워진다. 중앙일보 집계 결과 22대 총선에서 불출마한 여당 현역은 17명, 낙천은 22명이었다. 본선에서 떨어진 의원도 19명이나 됐다.

불출마 현역인 김웅 의원은 이미 지난 2일 표결 때 본회의장에 홀로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억울하게 죽어간 어린 청년과 그 억울함을 풀어보려 했던 군인에 대한 공감 능력 부족이 우리 당의 한계이고 절망 지점”이라며 거듭 특검 필요성을 주장했다. 안철수·이상민·조경태 의원 등 일부 중진도 찬성 의사를 밝혔었다. 안 의원은 2일 본회의 표결 때 퇴장했지만, 이틀 뒤 “다시 표결하면 찬성할 생각”이라고 SNS에 썼다.

전원 출석·전원 반대에 사활 건 與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야당 단독 표결로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를 규탄하는 모습. 뉴스1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야당 단독 표결로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를 규탄하는 모습. 뉴스1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에서는 총선 참패 책임을 대통령에 돌리는 분위기가 여전히 크다. 본회의 불출석이나 기권 등 소극적 이탈표가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낙선·낙천자들은 각종 당내 모임에서 현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차기 국회 입성이 무산된 지방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역구 인사 돌기도 버거운데 임기 마지막날까지 서울에 또 가기가 부담”이라는 말도 나온다.

출석 의원이 적어지면 그만큼 의결 정족수(3분의 2) 문턱도 낮아진다. 민주당이 유리해지는 결과다. 가령, 여당 의원 중 25명이 본회의에 불참하면 의결 정족수가 180명으로 줄어든다. 다만 당 지도부에서는 “아무리 낙선·낙천자라도 차기 행보 등을 고려하면 당의 뜻을 무시할 수 없다”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친윤계 의원은 “반대표를 누가 던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불출석한 건 모두가 다 안다”며 “특검법이 만에 하나 통과되면 이들이 제일 먼저 배신자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선출될 새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출마·낙천·낙선 의원 58명을 우선 접촉해 이탈표 방지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연성인 원내대표 후보보다 ‘찐윤’ 이철규 의원 등이 물밑에서 의원을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가결 확신하는 野…남은 변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신임원내대표를 비롯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즉각 수용 촉구 결의문을 채택한 뒤 박수치는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신임원내대표를 비롯한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즉각 수용 촉구 결의문을 채택한 뒤 박수치는 모습. 연합뉴스

물론 야당에도 이탈표 변수는 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됐거나 탈당한 의원 9명을 포함해, 범(汎) 야권 의원 15명이 지난 2일 본회의에 불참해 채상병 특검법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2일 표결에 불참한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그날은 여야 합의가 직전까지 안 되길래 특검법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불참했을 뿐”이라며 “채상병 특검법이 민주당만의 이슈도 아닌 만큼, 재의결 표결이 열리면 반드시 참석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이 법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적잖다. 여권이 야당 이탈표 얘기까지 꺼내는 것 자체가 불안함의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6일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을 ‘직무유기’라고 한 홍철호 정무수석을 향해 “국민에 대한 직무 유기다. 아직도 윤석열 정부가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채널A에서 “(우리는) 공수처 수사를 3개월 지켜보자, (제대로) 못하면 그때 특검을 하자고 미리 약속을 해주는 것”이라고 조건부 합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조건부 수용을 포함해 특검 수용 여부에 대해 답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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