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뒷문 수출' 4년 만에 두배…"美제재 불똥 튈라" 韓기업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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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무역 제재를 피하기 위한 중국의 ‘뒷문 수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베트남‧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수출한 규모가 4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중국산 중간재를 사용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업체들이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중국의 대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베트남을 통한 대미국 우회수출이 2018년 15억7000만 달러(약 2조1383억원)에서 2022년 30억2000만 달러(약 4조1132억원)로 약 2배 증가했다. 멕시코를 통한 우회수출도 같은 기간 53억 달러(약 7조2186억원)에서 105억5000만 달러(약 14조3691억원)로 2배 가량 늘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베트남을 거친 중국의 미국 수출이 확 늘어난 시점은 2019년 이후다. 당시 미국에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 시행되면서 베트남이 중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 통로로 부상했을 가능성이 크다. 2018년 15억7000만 달러(약 2조1383억원)였던 수출 규모는 2019년 40억8000만 달러(약 5조5569억원)로 1년 만에 2.6배 증가했다. 섬유, 금속가공, 전기광학장비 등 위구르 방지법 대상인 중국 신장 지역 주력 생산품목이 주요 우회수출품이다.

멕시코를 거친 우회수출 규모가 늘어난 시점도 비슷하다.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체결 시점인 2018년 53억 달러(약 7조2186억원)이던 중국의 멕시코 우회수출은 2019년 81억7000만 달러(약 11조1275억원)로 증가했다. 무역협회는 “멕시코를 통한 중국의 대미 수출 품목은 전기광학장비, 펄프‧종이제품, 운송장비 등인데 북미 생산시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노리고 중국 기업이 멕시코 생산 기지 건설에 나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중국산 섬유나 금속, 장비 등을 사용하는 한국 기업이 미국 수출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표심’을 의식해 우회수출을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어서다. 미국은 우회 조사를 통해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가 부과된 제품의 생산‧선적 방법을 바꿔 관세를 회피하는 우회수출 여부를 가려내고 있다.

앞서 2022년에도 중국의 우회수출을 집중 추적한 미국 당국의 조사망에 한국 업체가 지목된 적이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신규 우회 조사는 26건으로, 사상 최대였다. 26건 중 중국에 대한 조사가 17건이었고, 그중 1건에 대해 한국이 경유지로 지목됐다. 중국산 알루미늄 포일에 부과되는 미국의 반덤핑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한국을 경유했다는 혐의였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된 중국 제품에 대한 최초의 우회조사였고 중국에 부과되는 고율 관세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스테인리스 냉연코일. 중앙포토

스테인리스 냉연코일. 중앙포토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멕시코는 ‘중국 손절’에 나섰다. 멕시코는 지난 3월 철강 볼(공) 제품에 최고 12.35%, 철강 못에 대해 31%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업계에선 미국의 압박을 받는 멕시코가 중국산 제품의 자국 유입을 줄이기 위해 반덤핑 관세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고 본다.

김나율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워 우회수출을 제재할 경우 베트남‧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기업들은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중간재의 미국 수입 기준 충족 여부를 꼼꼼히 검토하고 관련 입증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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