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서 욕설까지 들은 김진표 "편파 국회의장은 꼭두각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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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에서 171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내 국회의장 후보들이 연일 당성(黨性)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김진표 국회의장이 “편파된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제22대 국회의장 후보들이 국회의장 역할에 대해 중립적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걸 어떻게 보고 계시냐’는 질문을 받자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와 정치 사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를 한 사람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장은 “2002년 이전까진 국회의장이 당적을 갖도록 돼 있었고 대체로 여당이 국회의장을 했다”며 “그때 국민이나 정치권, 전문가에게 ‘한국의 의회는 있으나 마나다. 행정부의 시녀인데 뭐하려고 국회의원을 뽑냐’는 비판을 받았고, 2002년 정치 개혁 때 ‘적어도 국회의장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국회의장의 당적을 안 갖도록 한 것”이라고 국회의장 무(無)당적의 연혁을 설명했다.

이어 “저는 중립을 지키려고 많이 노력을 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순전히 민주당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는 비판이 자주 있었다”며 “만약 한쪽 당적으로 계속 편파된 의장의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당선인 총회를 열고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다.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미애 당선인이 “기계적 중립 기어를 놓고 아무 것도 안 하면 안 된다”고 한 데 이어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라는 부분을 늘 명심할 것”(조정식), “민주당의 다음 선거 승리에 대해 보이지 않게 깔아줘야 될 것”(정성호) 등의 주장이 이어졌다. 그나마 가장 늦게 출마를 선언한 우원식 의원만이 “민심의 물꼬를 어떻게 터나갈지 보다 ‘명심(明心)은 나에게 있다. 당심(堂心)은 나를 원한다’는 식의 제 논에 물대기를 하고 있다”며 다른 후보와 거리를 뒀다.

제22대 국회의장 후보인 추미애(오른쪽부터), 조정식, 우원식, 정성호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제22대 국회의장 후보인 추미애(오른쪽부터), 조정식, 우원식, 정성호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의장은 임기 중 비교적 여야 합의 원칙을 중시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여야 합의를 중시하는 모습에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고 해외에 나간다. 박병석(전반기 국회의장)·김진표 똑같은 놈들, 진짜 개XX들”(박지원 당선인) 같은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요새 너무 성질이 급해졌는지, 아니면 팬덤 정치나 진영 정치의 영향으로 그냥 ‘묻지마 공격’이 습관화돼서인지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가장 괴로웠을 때가 야당은 다수 의석의 힘으로 협의 없이 일방 처리를 주장하고, 여당은 국회에서 협의할 생각은 안 하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권유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김 의장은 개원을 앞둔 22대 국회에 대해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의 정치를 하지 말고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의 정치를 해달라”며 “상대방을 적이 아닌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걸로 기본 인식을 바꿔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대화와 타협 안 하는 그런 정치가 한국을 멍들게 한다”는 조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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