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대사관, '24시간 전 취재 허가제' 철회..."혼란 줘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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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한국 대사관이 한국 언론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도입하겠다고 한 '24시간 전 취재 신청·허가제'를 철회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6일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24시간 전 취재 신청을 요청한 조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재호 주중 대사가) 공관장 회의로 한국에 있느라 관련 내용을 상세히 챙기지 못해 특파원단에 혼란을 준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취재를 위한 사전 출입 신청 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24년 재외 공관장회의 개회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24년 재외 공관장회의 개회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앞서 주중 대사관은 지난달 29일 베이징 특파원단에 "특파원 대상 브리핑 참석 이외에 취재를 위해 대사관 출입이 필요할 경우 최소 24시간 이전에 출입 일시, 인원, 취재 목적 등의 사항을 대사관에 신청해달라"며 "신청 사항 검토 후 대사관 출입 가능 여부와 관련 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를 두고 정 대사에 대해 제기된 이른바 '갑질 의혹' 보도와 관련, 취재에 제한을 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특파원단은 성명을 내고 "특파원의 대사관 출입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고 취재 목적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며, 정 대사의 독단적 판단과 사적 보복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국민의 알 권리 침해를 우려했다.

이에 주중 대사관 측이 한발 물러난 셈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대사가 한국에 없어 상세히 챙기지 못했다"는 설명을 내놓은 것은 뒷말의 소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대사가 지난달 22~26일 서울에서 열린 전체 재외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임지를 비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실무자 선에서 임의로 이뤄질 수 있는 성격의 조치는 아니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또 지침을 철회하면서도 "주중 대사관은 최상급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출입 시 사전 협의는 필요하다. 이런 사전 협의 요청은 외교부 보안 규정과 대사관 내규에 따른 것으로, (외교부) 본부와 협의를 거친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정 대사의 갑질 의혹도 재차 부인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대사관에 근무하는 주재관으로부터 "정 대사가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 취지의 신고를 접수,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신고자와 정 대사 간 대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대사관 측은 신고자의 주장이 허위라는 입장을 냈다.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외교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런 입장을 발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신고자가 먼저 직접 언론에 일방적인 입장을 유포하고, 대사관의 부패 상황, 부적절한 업무 지시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제보해 대사관 차원에서도 대응이 필요했다"며 "신고자가 공개한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신고자가 주장한 폭언·막말·갑질이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놓고 한·중 외교 당국이 일정과 의제를 최종 조율 중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중 외교장관 통화(2월 6일) 당시 가급적 조속한 상호 편리한 시기에 조 장관의 방중을 초청했다"며 "양국은 우리 외교장관의 방중 관련 구체 일정 및 의제 등을 협의하고 있고, 현재 최종 조율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앞두고 별도로 조 장관이 중국에 방문해 왕 부장 등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 장관의 베이징 방문이 이뤄지면 이는 2017년 11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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