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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특검 논란 자초한 명품백·채 상병 늑장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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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자 국힘 의원들이 본청 계단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024.05.02.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자 국힘 의원들이 본청 계단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024.05.02.

검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전담팀 구성

‘특검 방어용’ 비판 면하려면 공정·엄중한 수사를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검사 세 명을 추가 배정하고 곧 고발인 조사에 들어간다.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게 지난해 11월이었다. 그리 복잡하지도 않은 사건을 4개월 넘게 끌어 온 검찰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최재영 목사가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과 향수를 건네는 영상이 유튜브 채널인 서울의 소리에 공개된 이후 진실을 규명할 기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이 사안이 김 여사를 궁지에 몰기 위해 사전에 기획한 몰래카메라 촬영이라는 측면만 부각했다. 국민은 대통령 부인이 고액의 선물을 받는 모습에 놀랐고, 명품백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와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지를 궁금해 했다. 검찰은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으나 그동안 무슨 수사를 했는지 답답할 뿐이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답변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 여사 관련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지난 2월 재의결에서 최종 부결되는 동안 검찰이 수사를 진척시켰다면 적잖은 의문이 풀렸을지 모른다.

윤 대통령은 2월의 KBS 대담에서 “아쉽다”는 언급으로 넘겨 사안을 키웠다. 김 여사가 외빈 방문에도 두문불출하는 사이 관련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이런 식의 대응이 국민의 반감을 불렀고,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총선 다음 날 “검찰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해 조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 재발의를 벼르는 상황에서 검찰이 뒤늦게 수사 의지를 밝히자 ‘특검 대비용’이라는 눈초리를 받는 이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그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소환조사한 채 상병 사건도 비슷하다. 공수처 수뇌부 공백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처장 인선을 미뤘다. 지난달 26일 오동운 처장 후보자를 지명했으나, 야당은 지난 2일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공수처 설립을 강행했던 민주당이 공수처 사건을 특검으로 넘기는 자가당착의 행태를 보이는데도 속수무책이다.

권력 수사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에서 검찰은 이제라도 신속하게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김 여사의 처신이 공직자 배우자가 공적인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지 못하게 한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엄중히 사실을 따져야 한다. 검찰과 공수처가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특검법을 반대하는 여당 목소리에 그나마 국민이 귀를 기울여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