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원에 대한 당론 겁박은 헌법 위반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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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2대 총선 당선인 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2대 총선 당선인 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 “당론 반대 옳지 않아” 총공세

4년 전 국회 독주 후폭풍 명심해야 할 제1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22대 총선 당선인 총회에서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법안들도 개인적인 이유로 반대해서 추진이 멈춰버리는 사례를 몇 차례 봤다”며 “그건 정말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독립된 헌법기관들이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 민주당이라는 정치결사체의 구성원”이라며 “최소한 모두가 합의하고 동의한 목표에 대해서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의 양심에 상반하는 것이 아니라면 따라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을 통해 당내 견제 세력을 제거한 이 대표는 지금 민주당의 절대권력자다. 그런 그가 소속 의원들에게 당론에 따르라고 공개 압박한 것은 어떤 단서를 달든 당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발언이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했다. 국회법 114조 2항에도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 의원에게 당론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당이 특정 의견을 의원에게 강요하는 것은 바로 헌법·국회법 위반이다.

아마 이런 비판을 의식해 이 대표는 “신념과 가치의 양심에 상반하는 것이 아니라면”이란 단서를 단 듯하다. 그러나 의원이 당론에 저항한다면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충돌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나. 현 민주당의 권력 구조상 이 대표 생각은 곧 당론이다. 의원들에게 내 말을 잘 들으라고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재명 1극 체제가 완성된 민주당은 ‘명심(明心)’을 받들어 일사불란한 총공세에 나설 태세다. 3일 단독 추대된 ‘찐명’ 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를 민주당이 가져오겠다고 선언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1·2당이 나눠 갖고, 운영위원장은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 게 국회의 오랜 관례였다. 2020년 21대 국회 개원 때 민주당이 이런 관례를 깨트리고 전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가, 이듬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1년여 만에 국회 관례로 복귀한 전례가 있다.

이제 와서 민주당이 다시 법사위·운영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은 국민의힘에 대한 점령군의 선전포고로 비친다. 4년 전처럼 민주당이 단독 개원을 밀어붙이고 전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사태가 재연될지도 모른다.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는 총선 민의와 어긋난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 압승 뒤 국회에서 힘자랑에만 몰두한 게 민심의 역풍을 맞았고, 결국 대선 패배로 이어졌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만하면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것은 집권세력뿐 아니라 거대 야당에도 똑같이 적용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