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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부터 금융·IT전문가까지…‘한식의 세계화’ 아이디어 향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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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호 21면

사단법인 ‘난로학원’ 한식 심포지엄

지난해 ‘월드 50 베스트레스토랑’ 2위를 수상한 스페인 레스토랑 ‘디스프루타르’의 카스트로 셰프와 송길영 작가가 창의성에 대해 토론 중이다

지난해 ‘월드 50 베스트레스토랑’ 2위를 수상한 스페인 레스토랑 ‘디스프루타르’의 카스트로 셰프와 송길영 작가가 창의성에 대해 토론 중이다

지난 4월 미국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024년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00곳’에 한식당 7곳이 선정됐다. 같은 달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이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해 『미쉐린 가이드』 뉴욕 편에서 별을 받은 식당 72곳 중 9곳이 한식당이다. 런던·파리에 있는 한식당 앞에선 줄을 길게 선 외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한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단법인 난로학원 주최로 ‘한식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는 행사가 열렸다. 4월 29일, 30일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글로벌 한식 심포지움 ‘난로 인사이트’다.

난로학원은 한식의 산업화·연구·미래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한·중 부의장을 맡고 있는 최정윤 샘표 우리맛연구소 실장을 중심으로 2022년부터 한식 셰프들과 맛집 대표를 비롯해 식품·전통주·금융·IT·브랜딩·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300여명이 모인 커뮤니티 ‘난로회’를 근간으로 지난해 11월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난로회’라는 명칭은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 등 18세기 조선시대 실학자들이 숯불을 지핀 화로를 가운데 두고 음식을 구워먹던 고기구이 모임 이름에서 따왔다.

전문가 300여명 모임으로 시작한 사단법인

영상 콘텐츠, IT, 공간 경험,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들이 한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난로학원]

영상 콘텐츠, IT, 공간 경험,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들이 한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난로학원]

난로학원의 첫 심포지움이었던 ‘난로 인사이트’의 주제는 ‘미식의 미래: 한식을 말하다’. 그동안 난로회를 통해 다뤘던 다양한 주제의 토론과 연구를 발표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식의 글로벌 발전을 위한 심도 깊은 발표와 토론을 펼쳤다.

첫날 개회식에서 최정윤 난로학원 이사장은 “50년, 500년 후에도 한식이 인기를 얻으려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까 고민하다 두 가지 방법을 찾았다”며 “첫째 우리 스스로 한식의 밸류를 높여야 하고, 둘째 스케일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그는 “결국 한식업계뿐 아니라 다양한 업계와의 커넥트(Connect·연결)를 통해 부스팅(Boosting·신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의 말처럼 양일간 31명의 각기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심포지움 연사로 참여해 한식의 브랜딩과 글로벌 발전 가능성에 대해 고민한 내용을 발표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음식, 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우리의 뇌는 어떤 음식을 계속 먹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킨다”며 “한식을 연구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철학과 체계를 갖춘 전 세계 언어로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그는 “인류의 중요한 화두인 장수와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위해서도 한식의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덴티티 섹션에선 K-BBQ 연구와 그릴마스터를 양성하는 ‘난로랩’의 연구 결과와 성과 발표가 있었다. 연사로 나선 배재환 셰프는 “우리 고기구이 문화의 단점은 기준과 표준의 부재”라며 “한우 부위의 영문 명칭 재정립, 불판과 부위별 역학관계, 반찬과 접목한 상차림 등을 연구하고 그 연구 노하우를 미래 인재 양성으로 연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 섹션에선 지난해 ‘월드 50 베스트레스토랑’ 1위인 페루 ‘센트럴’의 헤드 셰프 겸 창업자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즈, 2위 레스토랑인 스페인 ‘디스프루타르’의 오리올 카스트로 셰프가 무대에 올라 자신들만의 고유한 가치와 철학을 정립하기까지 과정을 들려주고 한식의 매력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디스프루타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요리를 하는 식당으로 손꼽히는데 카스트로 셰프는 “우리 작업의 모토는 창의성”이라며 “새로운 기술투자와 컨셉트을 찾는 데 중점을 둔다”고 했다. 예를 들어 최정윤 이사장이 선물한 한국의 중탕기를 이용해 콜리플라워를 숙성하면서 어떻게 맛과 색깔이 변하는지 연구해 최상의 맛을 찾는 식이다. 그는 “현재 한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발효식품”이라며 “한국에 직접 와서 이해하고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또 “한국의 문화와 생활 방식이 깃든 장은 우리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스페인으로 돌아가면 팀들과 함께 발효 장의 굉장한 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서 한국에 직접 오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식문화의 가치와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계 레스토랑 1위 페루팀, 식재료 담아가

페루의 고산지대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들로 메뉴를 개발해 코스로 선보이는 ‘센트럴’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재료들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즈 셰프와 말레나 마르티네즈 디렉터 남매가 수 년간 페루 전역을 누비며 전통 식재료와 식문화를 연구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접목해 ‘페루의 정체성’을 담아낸 결과다. 이날 두 사람은 조승연 작가와 함께 페루와 한국의 공통점을 살펴보고 한식 발전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 센트럴 팀은 귀국하면서 17개의 캐리어에 한국에서 구입한 기계들과 식재료를 가득 채워 돌아갔다.

이밖에도 커넥트 섹션에선 박영훈 더키트 창업자가 ‘(유튜브)영국남자 콘텐츠로 보는 글로벌 경험의 확장’, 용태순 와드 대표가 ‘캐치테이블이 바라보는 한식과 외식업의 현재 그리고 미래’,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가 ‘미식과 공간 경험 디자인’, 차우진 TMI 대표가 ‘뉴진스로부터 배우는 한식 비즈니스’ 등을 주제로 한식의 산업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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