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2%대 복귀에도 외식물가는 고공행진...가정의달도 “집밥”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8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 앞에 메뉴 안내문이 놓여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 앞에 메뉴 안내문이 놓여 있다. 뉴스1

#지난해 결혼한 김모(32)씨는 이번 어버이날 가족식사를 처가에서 간단히 차려 먹기로 했다. 치솟는 외식물가가 부담이라서다. 김씨는 “가족 외식 메뉴로 소고기나 장어를 고르곤 했지만 갈수록 외식 비용이 올라 집에서 차려 먹는 것보다 세배 이상은 드는 것 같다”며 “이제는 양가 부모님도 신혼부부가 외식비에 선물까지 챙겨드리는 걸 불편해하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외식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가정의 달을 맞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외식 물가는 5년 만에 20.3% 올랐다. 같은 기간 1분기 전체 물가 상승률(13.6%)을 크게 웃돈다. 옷(13.8%)이나 화장품(15.4%), 책(6.4%)보다도 상승 폭이 크다. 지난달 외식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해 전체 물가상승률(2.9%)을 웃돌았다.

김밥이나 짜장면과 같이 자주 찾는 외식 메뉴 가격도 더는 가볍지 않다. 프랜차이즈 김밥집의 한 줄 가격은 이미 5000원 안팎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김밥 한 줄 가격은 3323원으로 1년 전보다 6.4% 올랐다(3월‧서울 기준). 짜장면과 냉면 한 그릇은 각각 7609원‧11472원으로 3.9%‧7.2% 올랐다. 서울의 유명 평양냉면집의 한 그릇 가격은 1만4000원~1만6000원 선에 형성돼 있다.

외식물가를 끌어올린 건 원재료인 농산물 가격이다. 올 1분기 채소‧과일 가격은 5년 전보다 31.4%‧74.5% 올랐다. 1년 전보다 10.7%‧36.4% 올라 전체 물가상승률(3%)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에도 채소와 과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9%·38.7% 상승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평양냉면집을 하는 김모씨는 “육수 끓일 때 쓰는 대파와 무, 고명으로 올라가는 배 등 재료비가 30% 이상 늘어 냉면값을 1000원 올렸다”고 했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가격을 올려도 고민이다. 서울 중구에서 프랜차이즈 김밥집을 하는 이모(56)씨는 “재료비가 2배 이상 올라 김밥값을 500원~1000원 올렸는데 손님들이 비싸다고 오질 않아 순수익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신한은행이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15~64세)의 월 소비액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3%다. 전년 대비 6%포인트 올라, 전체 소비의 4분의 1을 차지하게 됐다. 런치플레이션(점심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도 심화하고 있다. 푸드테크 기업 식신에 따르면 올 1분기 평균 점심값은 1만96원으로 만원을 넘어섰다. 구내식당 결제금액도 8560원으로 전년(5571원) 대비 크게 올랐다.

무섭게 오르는 물가에 서울과 일본 도쿄의 음식 가격이 역전된 지도 오래다. 도쿄의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프랜차이즈 규동집 ‘스키야’의 규동 가격은 430엔(3780원)이다. 서울의 직장인들이 프랜차이즈 분식집에서 7000원대에 먹는 찌개나 국수, 비빔밥의 절반 가격인 셈이다. 실제 식비 등 생활물가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서울의 생계비는 세계 주요 도시 중 16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글로벌 컨설팅 업체 ‘머서’ 조사). 일본은 19위다. 2020년만 해도 도쿄가 3위, 서울이 11위였는데 생계비 순위가 뒤집힌 것이다.

외식물가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재료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외식업계에선 줄줄이 인상 소식을 발표하고 나섰다. 굽네치킨은 지난달 2년 만에 치킨값을 1900원씩 올렸고, 파파이스는 치킨‧샌드위치‧디저트‧음료 등의 가격을 평균 4% 인상했다. 맥도날드는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리기로 했고, 피자헛도 인상 폭을 저울 중이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농산물 등 재료비가 크게 오르고 인건비 부담도 커지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적자경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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