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인 테러 대상 물색"…정부, 5개 해외 공관 경계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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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당국이 해외에 머물던 북한인들의 이탈이 급증한 이유를 한국 탓으로 돌리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보복 테러'를 기도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베트남을 비롯한 다섯 개의 재외 한국 공관을 대상으로 테러 경보를 상향 조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하며 소총을 시험사격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하며 소총을 시험사격하는 모습. 연합뉴스.

"韓 겨냥 테러 시도 첩보 입수" 

2일 정부가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상향 조정한 공관은 주캄보디아 대사관, 주라오스 대사관, 주베트남 대사관,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주선양 총영사관 등 다섯 곳이다. 모두 한국과 북한의 공관이 동시에 있는 곳이자 해외 체류 북한인들의 주요 탈북 루트다.

정부는 이날 테러 경보 상향 조치와 관련해 "최근 정보 당국을 통해 한국 공관원에 대한 북한의 위해 시도 첩보를 입수한 데 따른 것"이라며 "테러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구분되며 이중 '경계'는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에서 발령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는 대테러센터 주관으로 '테러 대책 실무위원회'도 개최했다.

국정원도 이날 조치에 대한 추가 설명 자료를 냈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이 중국, 동남아시아, 중동 등 여러 국가에서 한국 공관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테러를 준비하는 징후가 다수 입수돼 유관 기관을 지원했다"며 "북한은 해당 국가에 요원을 파견해 한국 공관 감시를 확대하고 테러 목표로 삼을 한국인을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전경. 국가정보원.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전경. 국가정보원.

"탈북 늘자 한국 탓…보복까지"

북한이 이처럼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테러를 기도하는 배경에 대해 "코로나 19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북한 파견자들의 귀북(歸北·북한으로의 귀환)이 시작되면서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낀 공관원, 무역 일꾼, 유학생 등 엘리트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해외에 수년째 발 묶여 있던 파견자들을 국경 봉쇄 완화 조치와 함께 불러들이자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해 탈북 등 제3의 길을 택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의미다.

국정원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인을 관리·감시하는 공관 간부와 보위성 등 특수 기관원들은 이를 '자발적인 이탈 사고'로 포장해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김정은에게는 이를 '외부 소행'으로 허위 보고하고, 한국 공관원을 대상으로 보복을 기도한다"고 밝혔다. 해외 탈북 사례에 대해 자발적 의사가 아닌 한국의 회유 등으로 이탈한 것으로 평양에 허위성 '면피' 보고를 한 뒤 이를 명분으로 한국인에 대한 보복까지 시도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국정원은 "북한의 테러 위협 징후가 포착된 국가들뿐만 아니라 그 밖의 지역에서도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외교부 등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전경. 국회사진기자단.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전경. 국회사진기자단.

엘리트 탈북 급증…해외 노동자 이탈도

실제로 지난해에는 외교관, 해외주재원, 유학생 등 엘리트 탈북민 수가 10여명으로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월 지난해 국내 입국 탈북민 규모를 196명이라고 발표하며 "코로나 상황이 해제되면서 해외에 장기 체류하던 외교관, 주재원, 유학생들의 귀국이 본격화됐는데 장기간의 자유 세계 경험을 한 이들은 귀국에 많은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외부 문물을 접한 북한의 엘리트뿐 아니라 해외 파견 노동자들 또한 김정은 정권에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정권의 통치 자금을 조달하는 핵심 '돈줄'이지만, 외부 사조를 북한 사회 내부로 유입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장기간 생활하면서 북한 체제의 모순을 자연히 깨닫고 탈북을 택하거나 최근엔 임금 체불 등에 반발해 단체로 폭동을 일으키는 정황도 연이어 포착됐다.

북한 노동자들이 지난해 4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 있는 대형 공사현장에서 골조공사를 하는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북한 노동자들이 지난해 4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 있는 대형 공사현장에서 골조공사를 하는 모습. 사진 강동완 동아대 교수.

문제는 북한 당국이 최근의 이런 이탈 움직임을 체제 모순이 아닌 남측 탓으로 돌리고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원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북한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인권 운동가와 일부 언론인에게 협박성 메일을 보내는 등 심리전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지난해 각 해외 공관에 특정 북한 인권 전문가의 사진을 배포하고 '해당 인물이 보이면 사진기 등을 뺏고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라'는 내용의 외교 전문을 보냈다고 한다.

적대국 규정한 뒤 공세 강화 

최근 김정은이 남측을 '교전 중인 적대 국가'로 규정하고 대남 공세를 강화하는 것도 북한의 테러 기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북한이 반탐(反探·대간첩 업무) 활동의 일환으로 공관원이나 탈북자를 지원하는 선교사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전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이 우리 공관원을 대상으로 보복을 기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테러 예비행위"라며 "특히 북한과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가진 다섯 개 국가가 주의 대상으로 지목된 만큼 영사 업무나 첩보 활동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날로 심화하는 현실도 대남 적대 행위의 동인이 됐단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 2월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공식화하자 주중 한국대사관은 현지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북한 측의 적대 행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당분간 북한 사람들이 상주하거나 빈번히 왕래하는 곳은 피하기 바란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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