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공포증 고슬링…12층서 뛰어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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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화 ‘스턴트맨’은 할리우드 액션 촬영장의 스턴트맨(라이언 고슬링) 고충을 코믹 액션 로맨스로 풍자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스턴트맨’은 할리우드 액션 촬영장의 스턴트맨(라이언 고슬링) 고충을 코믹 액션 로맨스로 풍자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액션 전문 배우, 스턴트 출신 감독의 웃음 사냥이 잇따른다. 배우 마동석 제작·주연 영화 ‘범죄도시4’는 그의 스턴트 대역이자 무술감독 출신 허명행 감독이 연출해 개봉(24일) 엿새 만에 460만 관객을 동원했다.

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스턴트맨’도 도전장을 냈다. 톱스타 라이언 고슬링(43)이 데이빗 레이치(48) 감독의 스턴트 영화제작사 ‘87노스 프로덕션’(87North Productions)과 뭉친 코믹 액션 로맨스물이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배우 에밀리 블런트가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촬영 중 부상으로 은퇴했던 베테랑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가 단골 대역을 맡아온 글로벌 액션 스타 톰(애런 존슨)의 실종 사건으로 인해 강제 복귀하게 되며 겪는 소동을 그렸다. 오랜만의 복귀작은 하필 그의 전 여자친구이자 부상 당시 촬영감독이었던 조디(에밀리 블런트)의 감독 데뷔작이다. 조디가 찍고 있는 영화 속 영화 ‘메탈 스톰’은 외계인과 지구 용사의 진한 로맨스가 있는 SF 서부극이다. 여기엔 콜트와 조디의 실패한 연애담이 숨어있다.

데이빗 레이치

데이빗 레이치

고슬링이 말하는 콜트는 한마디로 “블루칼라(노동계급)의 영웅”이다. 영화사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고슬링은 “제 경험 속 그들(스턴트맨)은 모든 힘든 일을 하면서 위험을 감수한 뒤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모든 놀라운 활약과 늘 감수하는 위험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영화”라고 설명했다.

고슬링은 TV 어린이 액션 드라마 ‘영 허큘리스’(1998~1999)로 주연 데뷔해 ‘드라이브’(2011) 등에서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해왔다. ‘불릿 트레인’(2022), ‘데드풀2’(2018) 등을 연출한 레이치 감독 역시 배우 브래드 피트(‘파이트 클럽’ ‘트로이’), 맷 데이먼(‘본 얼티메이텀’) 등의 스턴트 대역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스턴트맨’은 액션 블록버스터 촬영장의 생생한 비화를 수위 높은 스턴트로 풀었다. 실종된 톰을 찾다 괴한들과 카체이싱과 몸싸움까지 하는 등 콜트의 짠 내 나는 액션이 카메라 안팎에서 쉴 틈 없이 펼쳐진다.

레이치 감독은 이 영화가 또 다른 의미의 ‘러브레터’라고 표현했다. “이 영화의 코미디, 기괴함, 로맨스, 드라마는 모두 제 실제 경험에서 가져왔다”면서 “이 영화 자체가 스턴트 연기자들과 촬영 현장에서 혼신의 노력을 하는 모든 장인을 위한 러브레터”라고 밝혔다. ‘스턴트맨’엔 할리우드의 고전적인 거짓말도 나온다. 주연 배우가 “대역 없이 모든 액션을 소화했다”고 자랑하는 장면이다.

촬영 중 기네스 신기록도 세웠다. 차량 하부의 특수장치를 이용해 자동차를 초고속 연속 회전시키는 스턴트 기술인 ‘캐논 롤’을 8바퀴 반이나 달성했다. ‘007 카지노 로얄’(2006)의 7바퀴 기록을 18년 만에 깼다. 신기록의 주인공은 고슬링의 스턴트 대역 4명 중 한 명인 로걸 홀라데이다.

12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장면은 고슬링이 직접 연기했다. 오랜 고소공포증을 이 악물고 이겨냈다. 영화에선 콜트가 전용 트레일러에서 촬영 세트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난간에 올라가 안전장치를 달고 낙하하는 장면이 원테이크로 그려졌다.

그간 몰랐던 액션 영화의 숨은 주역 스턴트맨의 삶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이 드는 영화다. 상영시간 126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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