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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첨단기술 이전' 더 까다롭게…"정부에 사전보고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부가 민간 기업의 첨단 기술을 해외에 이전할 때 사전 보고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반도체·항공기 관련 기술 등이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 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일본 반도체기업 라피더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반도체기업 라피더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30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경제 안보 강화 측면에서 자국 기술의 해외 유출 규제를 강화한다. 그동안 일본은 원자력이나 화학 무기 등 15개 항목에 대해선 수출 국가에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경산성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리스트 규제’, 리스트 외 품목도 필요에 따라 수출 허가를 적용하는 ‘캐치올(Catch-all·포괄) 규제’를 기반으로 기술 유출을 막아 왔다. 여기에 ‘사전 보고’를 의무화해 그물망을 보다 촘촘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북한 등 현행 무기 금수국에 더해 러시아·중국까지 겨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21일 이에 대해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가 우위를 갖는 기술은 안보 관점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지난해 일본 기업이 만든 기계가 중국의 핵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설명했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일본이 강점을 가진 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이 해외에서 공동 연구를 하거나 공장을 건설할 경우, 정부에 그 내용을 사전에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보고 내용을 검토해 해당 기술의 해외 유출이 부적절하거나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허가 절차를 밟도록 요구한다. 허위 보고 시 벌칙을 부과한다.

어떤 기술이 사전 보고의 대상이 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현지 매체들은 반도체 관련 기술은 물론 양자컴퓨터에 들어가는 전원 케이블, 제어 기기, 광섬유, 탄소섬유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산성은 앞으로 업계와 협의를 통해 대상 기술을 선정한 뒤, 빠르면 올해 여름부터 관련 시행령 개정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일본은 2022년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하고 2023년 10월에는 ‘경제안보 확립을 위한 행동계획’을 마련해 경제안보 차원에서 자국 기업 지원 및 기술의 해외 유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집적 회로의 화상을 취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자 현미경 등 반도체와 양자 관련 4개 품목을 새롭게 수출 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이 제품들을 수출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더해 경제안보와 관련된 비밀 정보를 다루는 사람의 자격을 정부가 평가하는 ‘적격성 평가(시큐리티 클리어런스)’ 제도도 도입한다. 안전보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중요경제안보정보’를 지정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정부가 심사하고, 정보를 누설한 사람에게는 징역 5년 이하 등의 벌칙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중요 경제안보 정보의 보호·활용 법안’이 통과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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