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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 급감, 1만명당 0.3명대 첫 진입…그래도 일본의 2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고사망자를 의미하는 ‘사고사망 만인율’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0.4를 밑돌았다. 다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족급여 지급이 승인된 사고사망자는 812명으로, 전년(874명) 대비 62명 감소했다. 1만명당 발생하는 사고사망자를 의미하는 ‘사고사망 만인율’은 0.39로, 전년 대비 0.04포인트 감소했다.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0.3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사고사망 만인율은 2013년 0.71을 기록한 이후 2014년 0.58, 2015년 0.53, 2019년 0.46 등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2019년부터 2022년까지 0.4대를 벗어나지 못하다 지난해 들어서야 크게 내려왔다.

전반적으로 사고사망이 감소한 데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 위험성평가 등 예방체계 확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기술지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처법의 직접적인 효과에 대해 고용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지난해 중처법을 적용받지 않았던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고사망자가 70명 감소한 반면, 적용 대상이었던 50인 이상 사업장에선 오히려 8명 증가했다.

업종별로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46명), 제조업(-19명), 서비스업(-10명) 등에서 감소했다. 다만 건설업은 전체 사고사망의 43.8%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비중이 컸다.

배달·대리기사 등 노무제공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확대로 노무제공자 사고 사망자는 전년 대비 20명 증가한 83명으로 집계됐다. 노무제공자 사고사망자는 퀵서비스기사가 38명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화물차주(22명), 건설기계종사자(15명), 대리운전기사(4명) 순으로 이어졌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전체 건설업 사고사망자는 줄었지만, 외국인 건설근로자 사망자는 오히려 8명 증가한 점이다. 건설현장 고령화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커지면서 사고사망자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김철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정책관은 “외국인에 대한 새로운 보호 프로그램, 재정 지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내국인에 대한 정책과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고사망 만인율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고사망 만인율은 일본이 0.13, 독일이 0.12, 영국이 0.03 등을 기록했다. 미국은 0.37로 한국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한국과 달리 공무원과 군인까지 통계에 포함한 영향이 크다. 앞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022년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만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0.29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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